제325화
주현진은 서예은이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고 여겼다. 예전에 드물게 기분이 좋아 서예은에게 과일을 깎아 주다 손을 살짝 베기라도 하면, 서예은은 한참이나 마음 아파했다.
‘그러던 예은이가 지금 내가 이 꼴이 된 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니.. 말도 안 돼.’
“예은아, 나... 너무 아파.”
그제야 서예은은 주현진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아프면 병원 가. 문 앞에서 질질대며 길 막지 말고.”
전혀 예상 못 한 대답에 주현진은 미간이 세게 찌푸렸다.
“예은아, 지금 다 연기하는 거지? 아직도 날 신경 쓰는 거 맞지? 네가 화난 척하는 것도 알아. 나도 네가 없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제야 깨달았어. 날 용서해 줘.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
말하는 동안 주현진의 눈가가 벌겋게 젖었고 마지막에는 목이 메어 울먹였다.
“나 정말 너 없이 못 살아! 우리가 쌓은 세월이, 박시우하고 겨우 몇 달 만난 것보다 못하다는 거야?”
그 순간 박시우가 잡고 있던 서예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서예은이 고개를 돌려 박시우를 올려다보고는 짧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고 안심하라는 눈빛이었다.
서예은은 주현진에게 또렷이 말했다.
“감정의 깊이는 시간으로 재는 게 아니야. 사랑은 시간을 들여 증명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네가 말한 만큼 날 사랑했다면 밖에서 한눈팔지 않았겠지. 게다가 그냥 좀 놀아본 거라며 게임처럼 스트레스 풀었다는 소리는... 그런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 절대 같은 일이 아니야. 난 살아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 마음도 있고 상처도 받아.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니라고. 배신자가 우리 사이를 배신해 놓고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돌아오는 건, 난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네가 서예은이란 사람을 더럽히고 역겹게 만들었어. 처음에 박시우가 아니라 다른 누굴 고르더라도 주현진만은 선택하지 않았을 거야. 더러워서 싫으니까.”
서예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온기라고는 한 줌도 없었다.
“내가 하는 이 말도 이제는 마지막이야. 이미 끝난 사이라면 체면이라도 지켜. 치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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