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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함정달콤한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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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서예은과 장은주는 이텔리아의 브랜드인 BV 의류 판매장에 들어섰다. 이 브랜드는 특히 스카프로 유명했는데, 과시하지 않는 고급스러움과 우아한 디자인에 무엇보다 소재와 제작 기술을 중시하는 브랜드였다. 주로 꽃무늬 패턴을 사용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으며, 특히 우아한 귀부인들에게 잘 어울렸다. 진열장 안에 걸려 있는 스카프를 보자마자 서예은은 선물용으로 딱 맞다고 생각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눈에 띄지 않으며 과하지 않은 화려함이 느껴졌다. 곧바로 두 사람은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서예은은 주저 없이 조금 전에 보았던 스카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스카프로 포장해 주세요.” 서예은은 스카프가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스카프, 제가 보고 있던 건데요.” 귀에 익은 목소리에 서예은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돌리자, 주현진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입구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손에 유명 브랜드 쇼핑백을 가득 들고 있었고, 진열장에 놓여있는 스카프를 내려다보며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서예은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세상 참 좁네. 오늘 발에 똥이 묻었나, 어떻게 여기서 이 두 사람을 만나?’ 하지만 서예은은 어차피 주현진과는 이미 헤어졌으니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주현진의 어머니 송미진과 여동생 주서연은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고 가난한 사람을 업신여기며 늘 서예은을 얕보았다. 주현진과 사귀는 동안 서예은은 송미진에게 고급 화장품, 명품 가방, 각종 건강 보조제를 선물하며 애써 마음을 사려 했다. 특히 최근 2년간 회사가 안정되자, 서예은은 더욱 아낌없이 썼다. 주서연에게도 성의를 다해 대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차가운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서예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고는 몸을 돌려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착순이라는 게 있어요. 쇼핑에도 순서가 있는 거 아시잖아요?” 송미진과 주서연은 서예은의 얼굴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송미진은 턱을 살짝 치켜올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서예은을 훑어보며 한심하다는 태도로 말했다. “서예은? 네가 왜 여기 있어? 또 쇼핑이야? 현진이가 돈 버는 게 쉬운 줄 알아? 이렇게 흥청망청 막 쓰고 다니면 어떡하자는 거야?” 주서연은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그러게요. 언니, 여기 실수로 들어온 거 아니에요? 이 스카프값이 만만치 않은데 설마 이거 저의 엄마한테 선물하려는 거예요?” 서예은이 요구했던 스카프는 연령대가 높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이었기에 주서연은 이내 서예은이 선물용으로 고른 것임을 직감했다. 사실 서예은은 그전에도 송미진에게 명품을 여러 번 선물한 적이 있었다. 송미진도 잠시 멈칫했다. 방금 서예은을 보자마자 화가 나서 막말을 내뱉긴 했지만, 혹시 자신을 주려고 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서연의 말에 서예은은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으며 단정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죄송한데 이 스카프, 어른한테 드릴 선물은 맞지만, 여사님을 위한 건 아니에요. 저와 주현진은 이미 헤어졌어요. 앞으로는 아무 관계도 없을 거예요.” 송미진은 서예은의 말에 깜짝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애초부터 너 같은 애는 우리 주씨 가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잘 됐어. 궁색한 신세로 우리 집안에 들어오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지.”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네요. 그리고 그깟 스카프 하나 사준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태생적으로 가난한 건 바꿀 수 없을 텐데.” 주서연의 비꼬는 말에, 옆에 서 있던 장은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입에 걸레라도 물었어? 말 참 더럽게 하네!” 주서연은 장은주를 노려보며 말했다. “천박해. 유유상종이라더니 거울 좀 보고 다니죠. 어떻게 이런 데 올 생각을 다 해요?” “거울 매일 보고 다니는데 너보다는 나아. 그리고 이 스카프, 제가 살게요.” 말을 마친 서예은은 점원에게 포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예전처럼 순종적이고 소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서예은의 모습에 송미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서예은은 두 사람을 보라는 듯이 드레스 두 벌을 더 구매했고 송미진과 주서연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당당하게 매장을 나가는 서예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송미진은 사라지는 서예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예은, 점점 예의를 모르는구나.” 주서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엄마,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저렇게 천한 여자는 아무리 꾸며봤자 태생을 바꿀 수 없어요. 빨리 오빠한테 전화해서 헤어진 게 맞는지 확인해 봐요.” 화가 치밀어 올랐던 송미진은 바로 주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진아, 너 서예은이랑 헤어진 거야?” 잠시 멈칫하던 주현진은 귀찮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그래요? 그냥 오해가 좀 있었을 뿐이에요. 결국엔 다시 나한테로 돌아올 거예요.” “이 바보야! 방금 백화점에서 서예은을 만났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명품 판매장에서 돈을 마구 써대고 있더라. 잘 헤어졌어. 정말 하늘이 도운 거야. 그런 천한 여자가 너랑 어울릴 리가 없잖아! 이 정도 놀았으면 됐어. 엄마가 좋은 집안의 여자를 소개해 줄게.” 주현진은 왠지 모르게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엄마,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상관하지 마세요.” 주현진은 비록 서지안이 새로운 느낌이 들어 좋기는 했지만 이미 익숙해져 버린 서예은과의 관계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송미진은 아들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끝내. 회사 지분도 절대 주지 마.” 송미진은 서예은 같은 여자는 마땅히 빈손으로 쫓겨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끊은 주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서예은, 대체 무슨 생각이야? 내 관심을 끌려고 이러는 거야? 아니면 지금 밀당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변함없이 주현진은 서예은이 곧 다시 자신한테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전에도 여러 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었고 매번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서예은이었다. 주현진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거로 생각했다. ‘서예은, 넌 나를 너무 사랑해. 결국 넌 다시 나한테 돌아오게 돼 있어.’ ... 백화점을 나오고 나서야 서예은과 장은주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장은주는 서예은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예은아, 정말 대단해! 이번에 정말 속 시원하게 한 방 먹였네. 나는 예전부터 저 두 사람이 보기 싫었거든.” 장은주는 만날 때마다 거만하게 구는 두 사람의 태도에 기분이 나빴지만, 서예은이 주현진을 좋아하는 탓에 계속 참아왔던 거였다. 서예은은 웃으며 장은주의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단한 것도 없어. 그냥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전에는 참으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저 사람들은 그럴 가치조차 없는 사람들이더라.” 장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애당초 그렇게 했어야지. 자기 잘난 멋에 사는 주현진에 더불어 그 재수 없는 주현진 엄마랑 동생은 정말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아나 봐.” 서예은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 그 얘긴 인제 그만. 우리 커피나 마시러 가자. 내가 살게.” 마음이 한결 개운해진 서예은은 박시우와의 새로운 삶이 궁금했고 심지어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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