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유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니터 앞으로 걸어갔고 강이현은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며 심장이 북을 두드리듯 요동쳤다.
“봐.”
유채하가 손가락으로 한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 속에 임소연이 병실 안에 서 있었고 침대 위에는 온몸이 붕대로 칭칭 감겨 눈과 입만 드러난 환자가 누워 있었다.
강이현은 숨을 거칠게 들이켰고 저 침대는 분명 강정숙의 병실이었다.
“엄마!”
그가 눈이 휘둥그레져 그대로 달려 나가려 했고 유채하가 그의 손목을 낚아채듯 붙잡았다.
“가만히 있어. 끝까지 봐.”
강이현은 몸부림쳤지만 그녀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모니터 속 임소연은 환자의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고 얼굴에는 서늘한 기색이 가득했다.
“당신 아들이 지금 개처럼 부려지는 거 알아요? 유채하라는 여자가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고요. 강이현이 유채하의 장난감이라는 걸 학교 사람들이 다 알아요.”
그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어머님, 아들이 돈 때문에 자존심까지 팔아버린 걸 알면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요?”
강이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고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지며 주먹은 부서질 듯이 꽉 쥐어졌다.
“임소연!”
그가 분노로 떨며 뛰쳐나가려는 순간 유채하가 다시 막아섰다.
“조금만 더 봐. 그래야 임소연이 내가 괜히 누명 씌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겠지.”
유채하는 다른 각도의 화면으로 전환했고 이번에는 임소연의 얼굴이 정면으로 잡혔는데 평소 청순하던 얼굴에 악의 어린 미소가 번져 있었다.
“하지만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강이현이 마음만 돌린다면 저는 다시 받아줄 거예요. 어릴 적부터 함께한 사이인데 정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강이현은 그대로 병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유채하는 그의 조급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무전기를 들었다.
“장 과장님, 시작하세요.”
화면 속 병실에서 의사와 간호사 두 명이 들어왔고 임소연은 황급히 표정을 바꾸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어머님 상태가 어떠신가요? 방금 다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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