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진홍월은 강희진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단호히 명을 내렸다.
곧 병풍 뒤에서 하녀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주저함 없이 강희진의 팔을 휘어잡고 후원으로 끌고 갔다.
“부인, 살려주십시오!”
강희진은 마치 크게 겁에 질린 듯, 안간힘을 다해 애걸복걸했으나 진홍월은 귀 기울일 생각조차 없었다.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나뭇간. 하녀는 문 앞에 선 채, 강희진의 등을 세차게 밀쳤다. 중심을 잃은 강희진은 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쳐졌다.
뒤이어 찬 기운 어린 콧김 소리와 함께 문이 쾅 하고 닫혔다. 곧장 방 안은 어둠에 잠겼다.
강희진에게 이곳은 낯설지 않았다. 전에도 갇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이쯤은 이미 익숙한 노릇이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강희진은 벽을 등지고 주저앉았다.
이내 소매를 걷어 올리자 희디흰 손등은 이미 벌겋게 부풀어 있었고 물집마저 올라 있어 보기에도 끔찍했다.
아프냐고? 물론 아프다.
허나 강희진은 마치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무표정했다.
그녀는 조용히 품 속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들더니 손등에 상처약을 정성스레 발랐다.
진홍월이 괜히 트집을 잡아 찻물이 식었다며 새로 우려오라 했을 때부터 그녀의 속셈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상처약은 찻물을 가지러 가는 틈을 타 방에 들러 챙긴 것이며 연극을 실감나게 하려면 그 뜨거운 찻물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별수 없지. 어머니가 아직 저들의 손아귀에 있으니.
지금은 억지로라도 순순히 구는 수밖에. 그래야 저들이 경계를 풀고 어머니도 잠시나마 편히 지내실 수 있을 테니.
약을 다 바르고 나자 강희진은 약병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방구석에 내던졌다.
창문 틈새로 희미하게 스며든 빛이 방 안을 간신히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앉은 채, 이내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만나면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전생에서는 궁에 들어온 뒤로 어머니를 다시 뵙지 못했고 마지막 만남은 결국 이승과 저승으로 갈려버렸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비통함이 밀려들었다.
오랜만에 다시 뵙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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