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6화
선우진은 기색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옆에서 무릎 꿇고 있는 장남수와 기승택을 차례로 내려다보았다.
“지난 삼 년 동안 너희는 관아의 이름을 빌려 상인들에게 세금을 과하게 징수하고 민간의 재물을 갈취하였지.
그 액수가 실로 막대하더구나. 헌데 짐이 따로 너희 두 집안의 재산을 조사해 보니, 전체 금액과는 턱도 없이 어긋나더라. 너희가 챙긴 것 가운데 꽤 큰 부분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말이지.
이것이 첫째다.”
장남수는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고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그 꼴을 강희진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할 일을 끝마쳤다.
장부를 선우진의 손에 직접 전한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난 셈이었다.
이제 남은 건 조용히 앉아 구경하는 것뿐이었다.
“둘째.”
선우진의 목소리가 짧게 끊기더니 이내 날카롭게 바뀌었다.
“장 대감은 기억하고 있는가. 그날 관아에서 짐이 직접 물었지. 경성 현령과 그 아래 관리들 중에 어찌 한 사람도 짐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 하고 말이다.”
“폐하, 경성 관아는 본래 궁내부에서 직접 관할하는 곳입니다. 소인도 어찌 된 일인지 알지 못하옵니다...”
장남수는 거의 울음 섞인 소리로 답했다.
“너는 모르더라도, 아는 자는 있다.”
선우진이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문밖에서 호위병이 한 남자를 끌고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는 바로 얼마 전 죄가 밝혀져 구족을 멸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던...
전 경성 현령 장준범이었다.
장남수는 눈이 튀어나올 듯 놀라더니얼굴을 돌려 급히 시선을 피했다.
“폐하, 이 자는...”
강상목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스스로 말하게 해.”
선우진은 고개를 살짝 들어 장준범을 가리켰다.
“폐하께 아룁니다! 소인은 본디 옆 고을 호주의 선비였사옵니다. 젊은 시절 과거에 여러 번 응시하였으나 번번이 낙방하였사옵니다. 그러다 경성 관아에서 문서 정리하는 문생 자리를 얻었고 삼 년 전 ‘돈으로 벼슬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백만 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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