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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장시원이 듣더니 눈썹을 올린 채 마음속의 추측을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끊임없이 떠보고 집적거렸던 거야? 소희가 사실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소희가 스스로를 설득시켜야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니까." "그건 많이 어려울 것 같은데?" 장시원이 한숨을 쉬며 동정을 표하자 임구택이 자조하듯 웃었다. "내가 저지른 죄이니 내가 보완해야지. 누굴 탓하겠어." 그런데 이때 장시원이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물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소희가 정말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쩔 건데? 소희가 심명과 엄청 가깝게 지내고 있던데." 임구택이 듣더니 조용히 담배 연기를 뿜었다. 연기에 가린 남자의 눈동자는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그러다 한참 후 임구택이 편집이 띤 어투로 대답했다. "이번 생에서 소희는 죽더라도 나와 함께 죽어야 해." ...... 이튿날, 소희는 오후 내내 서재에 앉아 디자인 원고에 전념했다. 그러다 곧 저녁 무렵이 되니 임구택의 전화가 걸려왔다. 받고 싶지 않았지만 전화가 끊임없이 울리는 바람에 소희는 어쩔 수 없이 받았다. 그러고는 차가우면서도 소외감이 묻은 어투로 입을 열었다. "네, 임구택 씨." [저녁 나와 같이 먹어, 내가 데리러 갈게.] "미안하지만 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무슨 약속?] "그건 알려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 소희의 완곡한 거절에 임구택은 조급해하지 않고 나지막하게 웃었다. [총, 돌려받고 싶지 않아?] 소희가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 잃어버린 총이 임구택의 손에 있을 거라는 거 소희도 진작에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전히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수고스러운 대로 총을 유민이에게 맡겨주세요, 제가 토요일에 가지러 가겠습니다." 이에 임구택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유민이에게 네가 매일 총을 몸에 지닌 채 공부를 배워주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거야? 비록 유민이 빨리 철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주의할 것 주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소희가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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