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8화
“무슨 요구? 얼마든지 말해!”
“이번 작품의 진도가 이미 충분히 지체되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이 감독님과 다른 스태프들이 매일 하염없이 민영 씨만 기다리게 하지 말고 앞으로 조금만 더 일찍 출근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 자신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전체 제작진을 위한 요구이다.
그리고 분명 매일 출근하는 걸 제일 거부했던 마민영이었는데, 소희의 말에 의외로 통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요구라고 제기한 거야? 그래, 내일부터는 매일 일찍 올게.”
그러면서 마민영이 또 고개를 돌려 조수에게 분부했다.
“내일부터 아침 6시로 알람을 맞춰 둬, 7시에 바로 촬영장에 도착할 수 있게.”
“그렇게 일찍 도착할 필요는 없고요, 8시에 도착해도 충분해요.”
“그래! 네 말대로 할 게!”
소희가 뭘 말하든 마민영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이상하게 돌변한 마민영을 감당할 수가 없는 소희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
“어서 가봐요, 이 감독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오키!”
여전히 고분고분한 태도.
마민영은 바로 조수들을 데리고 소희의 사무실을 떠났다.
하지만 맨 뒤에 있던 소동은 일부러 마민영이 멀리 가기를 기다렸다가 고개를 돌려 소희를 아래위로 훑으며 냉소했다.
“언니는 참 재주도 좋아.”
“더 이상 날 언니라고 부르지 마, 우리 사이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걸 너 자신도 잘 알고 있잖아. 어서 일하러나 가봐, 또 마민영 씨한테 욕 먹지 말고,”
“너!”
소희의 차갑고 인정사정없는 대답에 소동의 얼굴색이 순간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소동은 바로 또 웃음을 드러냈다.
“비웃고 싶으면 실컷 비웃어 봐. 어차피 난 이 직무를 잃고 작업실의 문을 닫게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돌아가 아빠와 엄마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엄마가 지금 너를 엄청 증오하고 있어 한 푼도 너에게 남겨주지 않을 거야.”
먹은 나이에 맞지 않게 철이 들기는커녕 여전히 유치하기만 한 소동에 대해 소희는 더 이상 줄 인내심도 없었다.
그래서 한숨을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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