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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3화

오현길은 분명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조백림에 비하면 유신희는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뭔가 유정에게 한 수 밀리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조엄화가 물었다. “그렇게 물건을 몇 번이나 보냈다면서, 아직 고백도 안 했단 말이야?” 서은혜도 말했다. “그런 사람은 말은 안 해도 마음은 뻔히 보여. 신희, 너도 이제 좀 생각해 봐야지.” 신희는 창백한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띠며 말했다. “사장님 여기 계시잖아요. 이런 말 하지 마세요. 웃으시겠어요.” 백림은 조용히 귤을 까서 유정에게 건넸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뭐, 이제 남 같지 않잖아요.” 그러고는 유정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나, 남이야?” 유정은 백림이 건넨 귤 한 조각을 남자의 입에 쑤셔 넣었다. “그냥 조용히 먹기나 해.” 이내. 백림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백림의 그런 미소, 유정과 주고받는 눈빛 하나하나에 담긴 사랑은 방 안 분위기를 말없이 사로잡았다. 그 모습을 본 신희는 질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그 감정은 마치 땔감에 불을 지피듯 순식간에 화르륵 타올랐다. 그때 신희의 휴대폰이 울려 화면을 확인하니 현길이었다. 이에 신희는 전화를 받으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현길은 웃으며 말했다. [방금 친구 집 들렀다 나오는 길인데, 너희 집 근처 지나가는 중이야. 할아버님께 드릴 좋은 술 두 병 샀어. 시중에선 구할 수도 없는 거고.] 신희는 살짝 톤을 높였다. “그런 귀한 술은 네 할아버지께 드려야지. 우리 할아버지는 술 창고에 좋은 술 엄청 많아.” 조엄화는 곧장 신화선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말했다. “들으셨죠? 분명 오현길이에요.” 신화선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신희를 챙기는데, 신희는 그 사람 마음도 모른다고?” 전화 너머에서 오현길이 말했다. [그냥 받아줘. 벌써 도착했어. 너 잘 거면 그냥 집사 분께 맡기고 갈게.] 그러자 신희는 핀잔을 주는 듯 말했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현길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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