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16화
불당 안의 단향이 바람을 타고 흘러들었고, 주윤숙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나 어딘가 낌새가 이상했다.
유정이 조씨 저택에 몇 번 왔던 걸 떠올리면, 분명히 백림을 좋아하고 있는 듯 보였다.
‘설마 내가 착각한 걸까?’
백림이 나간 뒤, 주윤숙은 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요즘 제가 너무 바빠서요. 일 좀 정리되면 찾아뵐게요.]
유정의 담담한 인사에, 주윤숙이 꺼내려던 백림과 집에서 한번 얼굴 보자는 말을 유정이 먼저 막아버렸다.
“날이 상당히 추워졌어. 아무리 바빠도 몸은 잘 챙겨야지.”
잠시 멈칫하던 유정의 목소리가 살짝 잠겼다.
[어머님도요.]
주윤숙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백림이 그러던데,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고. 사실이니?”
조금의 정적 끝에 유정이 나직이 말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돼요.]
주윤숙의 말투는 더 부드러워졌다.
“나는 그렇게 안 보여서 그래. 유정아, 백림이 너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니? 왜 이렇게 마음을 닫았어?”
[걔가 잘못한 건 없어요. 원래 그랬던 사람이니까요. 제가 더 이상 이 관계를 끌고 가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죄송해요, 어머님.]
사실 유정이 마음에 걸리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백림이 아니라 주윤숙이었다.
주윤숙은 유정의 말속에 담긴 단호함을 느끼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 있든, 헤어질 거면 서로 오해 없이, 원망 없이 깔끔하게 끝내길 바랄게.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집에 올 수 있길 바라고.”
[그럴게요.]
유정은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틀 후, 두 집안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식사하며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오해가 있다면 풀고, 아니더라도 감정이 돌아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만남이었다.
유정은 점심 무렵 서은혜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유정아, 오늘 저녁 조씨 집안 할아버지도 오셔. 아무리 결혼을 안 하게 되더라도, 사람끼리 이렇게 원수지듯 지낼 일은 아니잖니?]
유정은 마음이 무거웠다. 두 집안이 정한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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