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38화
집 정리를 마친 유정은 비서를 데리고 맞은편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휴대폰으로 뉴스 페이지를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분명 전날 밤 보았던 조백림의 사진은 사라지고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그의 이름은 감쪽같이 내려가 있었다.
마치 그 모든 게 꿈이거나, 단순한 착각이었던 것처럼.
이때 맞은편에 앉은 비서가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장님, 여기 살면 진짜 좋겠어요. 이 식당 찐빵이 강성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던데요?”
유정은 휴대폰을 덮으며 눈을 들었다.
“먹고 싶을 땐 말해요. 회사로 포장해서 보내줄 테니까.”
그 말에 비서는 깜짝 놀라며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감사드려요, 사장님!”
식사를 마친 후, 유정은 운전기사를 시켜 비서를 귀가시키고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속 미뤄뒀던 자료 정리를 하다 보니 어느덧 오후가 훌쩍 지나 있었다.
강성의 하늘은 하루 종일 잿빛이었다. 저녁 무렵이 되기도 전에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유정은 물을 마시려고 자리를 떴다가, 텅 빈 거실을 바라봤다. 넓은 공간 속엔 아무런 소리도 없었고, 발소리 하나에도 메아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이때 유정은 문득, 이렇게 큰 집을 산 걸 후회했다. 왜냐하면 혼자 있을 때의 적막이, 유난히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한밤중
조백림은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리자, 운전기사가 재빨리 따라 내렸다.
“사장님!”
그러나 백림은 흐릿한 눈으로 손을 뿌리쳤다.
“괜찮아요.”
그는 천천히, 묵직한 걸음으로 저택으로 향했다.
찬바람은 눈발을 실어 나르며 옷 속으로 파고들었고, 남자의 미간에는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은 듯 굳어 있었다.
백림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고, 검은 눈동자가 멀리 허공을 향해 멍하니 머물렀다.
‘이런 날씨엔, 또 잠 못 이루겠지.’
그는 혼잣말처럼 자조하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욕실에서 씻고 나왔지만, 역시나 잠은 오지 않자, 남자는 발코니로 나가 담배를 물었다.
지붕 없는 테라스 위로 눈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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