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59화
백림은 곧장 식탁으로 가서 음식 포장을 차례로 열자, 고소한 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유정이 좋아하는 굴 구이, 소금으로 구운듯한 랍스타 그리고 양꼬치가 있었다.
이윽고 남자가 다시 물었다.
“2인분인데 정말 안 먹을 거야?”
유정은 냉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안 먹어.”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고 백림은 더 묻지 않고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정은 식탁과 제일 먼 거리에 있는 거실 끝 발코니로 나가 앉았다.
해 질 녘 강 풍경이 아름다웠다. 예전에도 그림을 그릴 때면 이 자리에 앉곤 했기에 기다림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십 분도 안 되어 백림은 식사를 마쳤다. 손을 씻고 나오더니 묻지도 않은 채 작은방으로 가서 스케치북을 들고나왔다.
익숙한 스케치북을 보자 유정의 심장이 움찔했고, 문득 그 그림이 떠올랐다.
‘백림이 봤을까?’
유정은 스케치북을 받아 들자마자 이상함을 느껴 펼쳐 보자, 역시나 안쪽이 전부 비어 있는 새 노트였다.
이에 유정이 고개를 번쩍 들어 백림을 바라보았고, 남자는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결백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내 것 아니야. 내 것은 새 게 아니고 썼던 거야.”
유정의 말에 백림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네 스케치북을 빼돌렸다는 말이야?”
유정은 대꾸하지 못했고, 백림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본건 이거 하나야. 우리 둘 가운데 그림 그리는 사람은 너뿐이잖아. 그래서 네 거라 생각하고 연락했지. 다른 것도 잃어버렸으면 변상할게. 얼마면 될 것 같아?”
유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고, 더군다나 백림의 돈을 받을 수도 없었다.
“됐어. 그럼 다른 데 두고 까먹었나 봐. 전화해 준 건 고마워.”
유정은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말고 돌아서서 물었다.
“너 이 집 팔 거야?”
“그래.”
백림은 창밖을 등지고 서서 유정의 두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안 팔면 자꾸 오게 돼. 오면 너 생각나고, 우리가 여기서 함께 지냈던 게 떠올라. 네가 침대에서 내 이름 부르던 것도.”
“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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