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72화
“조백림 사장님, 갑자기 어디 가시는 거예요?”
“몇 번이나 약속 잡고 겨우 자리 만든 건데, 술 한 병도 못 비우고요!”
“사장님 진짜 급한 일 있으신 듯하네. 다음에 다시 모시자고요.”
테이블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일어나 말렸지만, 백림은 아무 말 없이 룸을 빠져나왔다.
호텔 정문 앞에 대기 중이던 차량이 남자를 맞이했고, 이윽고 운전기사가 물었다.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백림은 짙게 그늘진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영효관으로 가죠.”
한편 유정 쪽에서는, 소강희가 돌아오고, 세 사람은 식사를 시작한 참이었다.
이때 고효석이 물었다.
“너는 언제쯤 경성에 갈 예정이야?”
유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연말쯤에. 아마 외할아버지랑 같이 설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삼촌, 이모랑도 같이 와. 특히 이모는 경성에서 보내는 명절을 많이 그리워하실 거야. 설 분위기는 경성이 최고니까.”
유정도 그 말엔 공감했지만, 아버지는 항상 조부모님 곁에서 설을 보내왔기 때문에, 가족 모두를 데려오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
“고향에선 이번 설 맞이해서 전통문화 거리도 새로 만들었대. 분위기 장난 아닐걸.
너 오면 내가 직접 데리고 다녀줄게.”
하지만 유정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효석아, 외할아버지의 오해로 이런 상황이 생긴 거 알지만, 나는 당분간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어. 괜히 기대하게 했다면 미안해.”
그 말에 효석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으나 이내 환한 미소로 응수했다.
“괜찮아. 오늘은 그냥 옛 친구로 만난 거니까.”
효석이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주자, 유정도 마음이 놓였다.
막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여자의 시선이 문 쪽을 향하며 굳었다.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익숙한 사람, 백림이었다.
백림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고, 유정과 효석 사이를 지나쳐 오더니 아무 말 없이 유정 옆에 자리를 잡았다.
백림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유정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친구야?”
효석도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 백림이 가까이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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