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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9화

조백림은 재빨리 키를 뽑아 들며 눈앞의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도어락이 바뀌어 있었다. 그 시각, 유정의 휴대폰에서 어떤 앱의 알림음이 울렸다. 유정은 영상 속에서 당황하고 분노하는 백림의 얼굴을 보고, 속이 뻥 뚫리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다. 며칠 만에, 드디어 한 번은 제대로 반격한 기분이었다. 설이 다가오면서, 지방에 있던 동창들이 하나둘 귀향했고, 자연스레 동창 모임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해 질 무렵, 소강희가 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몇 동창들 모이기로 했어. 같이 가자.” 유정은 모이는 멤버들과 딱히 친한 사람도 없어 처음엔 내켜 하지 않았지만 강희가 끈질기게 붙잡았다. “같이 가자. 너 안 가면 나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 이에 유정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러면 잠깐만 있다가 나올게.” “그래, 알았어!” 둘은 약속 시간을 정했고, 퇴근 후 유정은 차를 몰고 케이슬로 향했다. 룸에 들어서자, 열댓 명 남짓한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모두 한눈에 알아볼 만한 얼굴들이었고, 유정과 강희는 한 가지에 동시에 놀랐다. 전소은이 왔는데, 진기호와 함께 온 것이었다. 유정을 본 소은은 못 본 척하며 기호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강희가 유정을 힐끗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 안 했네. 둘이 다시 만나는 중이야. 소은이 매일 기호 씨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나 봐. 힘들게 다시 붙잡은 거래.” 유정은 소은과 친구 사이가 아니었기에, 그녀 일엔 더 이상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날 소은은 들뜬 듯 보였다. 연달아 두 곡을 부르고, 기호와는 커플 듀엣곡까지 불렀다. 그 사이, 강희가 화장실에 갔다가 세면대 앞에서 소은과 또 다른 여자 동창이 화장하며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되었다. “소은아, 너 예전에 유정이랑 엄청 친하지 않았어? 오늘은 둘이 한마디도 안 하네?” 소은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다, 눈을 흘기고는 싸늘하게 웃었다. “학교 다닐 땐 좋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쭉 좋으란 법은 없지.” 그 친구는 흥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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