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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3화

“나 잘게.” 유정은 그렇게 말하고 조백림 집에서 나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백림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약을 한 알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다, 망설임 없이 서랍을 열고 안에 휙 던져 넣었다. 바로 그때, 문이 다시 열리며 유정이 문가에 서 있었다.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에 백림은 잠깐 당황해 서랍을 덥석 닫았고, 유정은 그대로 다가와 서랍을 열고 약을 모두 꺼내 들었다. 유정은 얼굴을 찌푸리며 백림을 노려봤다. “며칠째 약을 하나도 안 먹었네?” 들켰으니 백림도 더 숨기지 않고 태연하게 인정했다. “응, 안 먹었어.” “왜 안 먹었는데?” 백림은 유정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상처가 좀 더디 낫길 바랐어.” “뭐라고?” 유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자, 백림은 웃지도 않고 말했다. “그래야 네가 날 더 걱정하고, 더 자주 약 바르러 와줄 테니까.” 유정은 이를 악물고 백림을 노려보다가, 한참 뒤에야 입술을 꾹 누르며 말했다. “유치해.” 백림은 조금 당황한 듯한 눈빛으로 유정의 손을 잡으려 했다. “화내지 마.” 그러나 유정은 백림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화가 난 얼굴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백림은 곧장 따라가 유정을 등 뒤에서 껴안았다. 남자는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해. 그래도 약 안 먹어도 어차피 상처는 아물어. 이미 거의 딱지 생겼어. 약 먹는 건 그냥 폴라시보 효과잖아.” 유정은 백림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남자는 더 단단히 유정을 끌어안았다. “진짜 화내지 마. 안 먹은 약 전부 다시 먹을게.” 유정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안 화났어. 네가 자기 몸 함부로 하는 걸 내가 왜 화내?” “넌 날 걱정하고 아끼잖아. 난 그 점을 알거든.” 백림은 유정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턱을 그녀의 어깨에 살짝 얹고는 마치 아이처럼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유정은 코웃음을 쳤다. “방금까진 아주 당당하더니?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잖아.” “아니야. 너 화나게 한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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