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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0화

유정은 자연스럽게 땅에 있던 새장을 들어 올리자, 그제야 새를 보게 된 서정후는 놀란 듯 물었다. “아니, 이걸 왜 다시 데려왔어?” “주인 품으로 돌려보내는 거죠.” 유정이 어딘가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한테 주기도 불안하고, 유치장에 맡겨봤자 경성 출신이라고 강성 애들이 자꾸 구박해요.” “그러니, 외할아버지가 다시 키우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참 안됐다, 이 녀석.” 서정후가 새장을 받아 들며 코웃음을 쳤다. “아무도 안 데려가겠다고? 내가 키운다. 두고 봐, 내가 너 포동포동하게 살찌워줄 테니까!” 유정은 그 말을 듣자 문득 노영인이 떠올랐으나, 이번엔 바로 반박할 수 있었다. “포동포동한 건 백조라니까요.” “하하하하하!” 서정후는 고개를 젖히며 호탕하게 웃었다. 노인과 손녀가 나란히 새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서정후가 물었다. “저녁은 뭐 먹을래?” 유정이 바로 대답했다. “샤부샤부요! 류 아저씨네 전통 양고기 샤부샤부, 그거 진짜 1년 내내 생각났어요!” 유정이 말한 류 아저씨는 서정후 집에서 오래 일한 요리사였다. “경성 와서는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어!” “생각 좀 해볼게요.” 서정후의 말에 유정이 능청스럽게 응수했다. “생각은 무슨, 설마 아직도 그 조씨 집안 놈 때문에 마음을 못 접은 거냐?” 유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마당을 지나 거실로 들어섰고, 안에서 일하던 도우미가 따뜻한 차를 건네주며 말했다. “아가씨, 따뜻한 차 드세요. 짐은 방에 다 옮겨놨어요.” “고마워요.” 유정은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후가 이어 말했다. “핫팩도 좀 챙겨. 손이 얼음처럼 차가워.” “괜찮아요. 안에만 들어와도 금방 녹아요.” 유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거실은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코트를 입고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유정은 외투를 벗고 따뜻한 차를 두 손에 감싸 들었다. 찻잔의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지자, 그제야 마음도 몸도 사르르 풀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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