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45화
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굳이 배웅하겠다고 고집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선혁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햇살에 빛나는 얼굴에 약간의 장난기와 무심함을 띠고 물었다.
“아직 할 말 있어?”
의현은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선혁을 바라봤다.
“원래는 네가 장거리 연애는 싫다고 했을 때 나도 포기하려고 했어.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해성까지 찾아오니까, 다시 희망이 생겼어.”
그 말에 선혁은 미간을 찌푸렸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 보였다.
“나 여기 온 건 사실...”
“해보자!”
의현이 불쑥 선혁의 말을 끊자, 남자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여자는 두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여전히 어설픈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솔직히 나도 장거리 연애는 싫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까. 네 마음을 다 이해해.”
“그런데 네가 날 싫어하지 않는다면, 우리 그냥 만나보자. 당장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하지 말고, 내가 한번 해보게 해줘.”
의현이 말한 해보자는 의미는 둘이 연애를 해보자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시도해 보겠다는 의미였다.
직접 선혁을 향해 다가서 보고, 장거리라는 게 정말 감당 못 할 일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선혁은 깊은 눈빛으로 의현을 바라보기만 할 뿐, 당장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이에 의현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물었다.
“넌 내가 싫어?”
선혁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싫었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게임 파트너로 같이 했겠어?”
“맞아. 우리는 게임도 같이하고, 취향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가수도 같잖아. 그래서 난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안 그래?”
의현은 환한 얼굴로 선혁을 올려다봤다.
선혁은 순간, 눈앞의 의현이 무척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자신이 더 소심해 보일 만큼 대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혁은 결국 의현의 맑은 눈빛을 똑바로 마주한 채,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의현은 순간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쁨을 주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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