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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6화

우정숙은 2층에서 내려와 일부러 소희를 찾았다.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었는데, 괜히 일을 그르친 것 같아.” 소희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형남 잘못 아니에요. 모두가 이해하고 있어요.” 우정숙도 따라 웃었다. “오늘 이렇게 분명히 말해준 것도 잘된 거야. 앞으로 내가 굳이 유민이 가정교사 문제로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네.” 소희는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사실 저도 가끔은 제가 유민이 공부를 방해하는 게 아닐지 걱정돼요.” “몇 년 동안 네가 가르쳐주면서 좋은 학습 습관을 길러준 게 가장 소중한 거지. 다른 건 하나도 걱정 안 해.” 우정숙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저 네 몸이 힘들까 봐 그게 걱정이지.” 소희의 눈빛이 따뜻하게 젖어 들었다. “형님, 고마워요.” “한 식구끼리 무슨 그런 말을 해.” 우정숙은 다시 환하게 웃더니, 거실 쪽을 흘깃 보았다. “그나저나 유진이는? 아까까진 집에 있던 것 같은데.” 소희가 웃으며 대답했다. “남자친구 돌아왔잖아요. 약속 잡고 바로 나갔어요.” 우정숙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저렇게 연애밖에 모르는 딸이 됐는지 원.” 비록 보수적인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딸이 한없이 깊이만 빠져드는 모습은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소희는 차분하게 말했다. “유진이 연애에만 눈먼 게 아니에요. 전에 사귀던 사람도 배신이 드러나자 미련도 없이 끊어냈잖아요. 감정에 휘둘리면서도 순간순간 아주 냉정해질 줄 아는 애예요.” 우정숙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이번엔 내가 운이 좋은 거겠지. 상대가 구은정이니.” 소희의 눈빛은 맑게 빛났다. “형님, 안심하세요. 유진이가 아무리 적극적이어도 은정은 결코 가볍게 대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누구보다 진중하고, 또 유진이처럼 따뜻한 사람이 옆에 꼭 필요해요.” 우정숙은 소희의 세심한 말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이 맞지.” 그러고는 소희의 팔을 살며시 끼었다. “나랑 뜰에 좀 걸을까?” 이틀 뒤, 유진과 은정은 퇴근하자마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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