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47화
심명을 보지 못한 것이 과연 다행인지, 아니면 아쉬운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구연이 몸을 돌리려는 찰나, 낯익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에 구연은 곧장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심명이었다.
심명은 바에 앉아 바텐더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한 갈색 셔츠에 검은 바지, 한 쌍의 복숭아꽃 같은 눈은 반쯤 가늘게 뜨인 채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심명의 잘생긴 옆얼굴은 다채로운 조명 아래서 유난히도 빛나 보였다.
구연은 저도 모르게 심명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미터 남짓 떨어진 순간, 심명이 불현듯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가 그를 위층으로 불러 모으는 듯했다.
이에 심명은 태연하게 응답하며 바 스툴에서 내려와 뒤쪽 계단으로 향했다.
그렇게 구연은 그대로 심명을 따라 올라갔다.
위층은 전부 밀폐된 룸이었고 심명은 그중 한 방의 문을 밀어 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왔어? 술이나 따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몸을 빼내듯 안으로 들어갔다. 구연은 문 앞에 서서, 더 들어가야 할지 망설였다.
‘마지막 한 번이야.’
그 생각이 결심을 굳히게 했고 구연은 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
방 안은 다소 어두웠으나 구연이 상상했던 화려하고 술 냄새가 진동하는 광경과는 전혀 달랐다. 방 안은 기묘할 만큼 고요했다.
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감각이 즉시 잘못됬음을 느껴. 구연은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러나 등 뒤에서 찰칵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 바로 문이 잠긴 것이다.
곧 조명이 켜졌고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순간, 구연의 몸은 얼어붙었다.
삼각주로 진언을 구하러 갔어야 할 소희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눈빛은 싸늘하게 빛나며 곧장 구연을 꿰뚫고 있었다.
구연의 등줄기를 차가운 땀이 타고 흘렀다. 여자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신호를 보내려 했으나, 화면을 보는 순간 더욱 싸늘해졌다.
방 안은 이미 신호가 차단돼 있었다. 어떤 전화도, 어떤 메시지도 보낼 수 없었다.
“백규연.”
귀에 익은 목소리가 곁에서 울렸다. 구택이 걸어 나오며 매섭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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