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7화
구택은 얼굴을 소희의 부드러운 머리칼에 파묻은 채 낮게 속삭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 내가 보장해.”
소희는 고요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야?”
도우미들은 눈치 못 챘다 해도, 내일이 되면 도경수나 강재석은 분명 알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미리 변명거리를 준비해 두어야 했다.
구택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희의 시선이 옆으로 흘러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커튼을 보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
구택은 불쾌하다는 듯 소희를 부드럽게 돌려세우며 이마를 눌렀다.
“웃지 마.”
구택은 과거 용병 시절, 맨손으로 수십 층 건물을 기어올랐던 사람이다. 그랬기에 이 정도 두 층짜리 집은 남자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말리연방의 이디야로 불리던 구택이, 아내를 보려고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꼴이라니.
결코 영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소희에게 비웃음까지 당했으니 말이다.
소희는 입술을 꼭 다물며 웃음을 감췄다. 달빛이 흘러내린 속눈썹은 나비 날개처럼 떨리며 구택의 품에 기대었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낮고 진솔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구택은 손바닥으로 소희의 얼굴을 감싸 자기 목 언저리에 대며 비로소 안도했다.
그리고 무엇도 이제 둘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확신이 밀려왔다.
그러나 진짜 고비는 이제부터였다.
구택은 앞으로도 계속 화가 난 척해야 했다.
소희에게 서운해하며 도씨 저택에 가서 사과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거칠고 불안정한 태도 또한 보여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 분노와 불편함은 연기가 아니었다.
매일 밤 아내를 만나려면 몰래 창문을 타고 들어와야 하는 남자의 심정을 어찌 잠재울 수 있겠는가?
소희를 품에 안을 때만이 구택은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이 가장 편안해질 수 있었다.
이틀 뒤, 소희의 계획은 계속 진행됐다. 겉으로는 강재석과 함께 강성을 떠난 척하며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아심은 꼭 백협에 가야겠다고 고집했다. 아무리 소희가 말려도, 직접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협이 그리웠고, 시언을 만나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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