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90화
의현과 강희가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두 사람 손에는 상자가 들려 있었고, 그 밑에 봉투가 붙어 있었다. 소강희가 입을 열었다.
“자, 이제부터는 각자 하나씩 공을 뽑아 주세요.”
여러 명의 들러리가 앞다투어 상자 안에 손을 넣었다. 모두 빨간 공을 하나씩 꺼내 열어보니, 안에는 숫자가 적힌 카드가 들어 있었다.
진석은 맨 마지막으로 뽑았고, 펼쳐본 숫자는 ‘5’였다.
의현이 상자 밑에 붙어 있던 봉투를 꺼내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종이를 펼쳤다. 거기엔 2와 6 두 개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들러리들은 호기심과 긴장감이 섞인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이게 무슨 뜻이지?”
“이 두 숫자는 뭐야?”
“설마 우리한테 키스하라는 건 아니겠지?”
순간 문밖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구경꾼 하객들도 폭소했고, 의현조차 배를 잡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생각했던 건 그보다 훨씬 보수적인 거였어요.”
숫자 3을 뽑은 들러리가 자기 카드를 흔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쨌든 난 아니네!”
소강희가 붉은 끈을 내밀었다.
“숫자 2번을 뽑은 분, 숫자 6번한테 직접 입술에 립스틱을 그려 주세요. 그게 완료되면 이 두 번째 관문은 패스예요.”
그러면서 형광빛의 바비 핑크색 립스틱까지 건넸다.
2번을 뽑은 들러리는 깔깔대며 웃었고, 6번을 뽑은 이는 순간 얼어붙었다.
백림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한쪽에서 구경꾼처럼 말했다.
“이거 별로 어려운 거 아니잖아?”
2번 들러리는 이미 눈을 가린 채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멋지게 그려 줄게.”
6번 들러리는 체념한 듯 심호흡을 하고는, 마치 사지로 향하는 사람처럼 앞으로 나왔다.
“적당히만 해. 대충 그려도 돼.”
2번은 그의 얼굴을 더듬으며 능숙한 척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러나 첫 선은 인중 위에 대각선으로 쭉, 선명한 바비 핑크색이었다. 보기 흉하게 삐뚤어진 선이 들어가자 주변은 눈물이 터질 만큼 웃음이 쏟아졌다.
방 안의 들러리들도 배꼽을 잡았고, 유정은 침대에 앉아 금으로 장식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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