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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6화

‘여자친구를 사귄 지 얼마 안 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헤어졌다니.’ 소희가 놀란 듯 물었다. “이렇게 빨리?” 유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연애의 본질은 서로가 즐거워야 하는 거야. 한쪽이라도 억지로 맞추고 희생한다면, 그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지. 빨리 끝내는 게 서로에게 더 좋아.” 소희는 유민의 이성적이고 성숙한 태도에 감탄했다. 적어도 자신이 이 나이였을 때는 연애를 이렇게 깊게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유진이는 네가 연애 바보라고 놀리더니, 이번엔 또 제대로 무안당하겠네. 그래도 난 기대돼. 네가 언젠가 어떤 여자애를 만나서 이런 이성을 다 잃어버릴 날이.” 유민은 태연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 없어요.” 이에 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두고 보자고.” 그때, 두 사람 뒤에서 묵직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얘기 중이야?” 유민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삼촌!” 구택이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집에 며칠 있을 거냐?” 유민은 정중히 대답했다. “이틀이요. 개학 전에 끝내야 할 과제가 있어서요. 친구랑 돌아가는 날짜도 약속해 뒀어요.” 구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틀 동안은 할아버지, 할머니랑 많이 시간을 보내라.” 유민은 언제나처럼 삼촌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럴게요.” 그때, 옆 놀이터에서 여자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소희가 고개를 돌리며 걱정스레 말했다. “설연이가 우는 것 같아!” 구택이 말했다. “당신은 유민이랑 얘기해. 내가 가서 볼게.” 구택이 성큼성큼 놀이터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설연이 울고 있었다. 목에 걸린 목걸이가 명원의 아들 유성에게 잡아당겨 끊어졌고, 그 때문에 윤성이 유성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설연은 두 사람의 싸움에 놀라 울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구택은 다가가 먼저 설연을 안아 들고, 이어 윤성과 유성을 떼어내며 낮게 꾸짖었다. “싸우면 안 돼.” 주먹을 한 대 맞은 유성이 억울한 얼굴로 변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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