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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5화

“약 가져왔...” 연하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진구가 약봉지를 손에 쥐여주며 차갑게 말했다. “당해도 싸.” 말을 마치고는 진구는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나버렸고 연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겨우 친척들을 다 돌려보낸 뒤, 방건홍의 마취가 조금씩 풀리며 의식이 또렷해졌다. 연하는 곁에 앉아 뜨거운 수건으로 방건홍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다시 아버지가 깊은 잠에 빠지자, 연하는 점심을 사와 엄마를 불렀다. “엄마, 밥 드세요.” 주설주는 문득 물었다. “그 진구 군은 언제 갔어?” “아빠 들어오실 때 약 받아다 주고 바로 갔어요.” 연하가 대답하자 주설주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고모랑 외삼촌이 갑자기 몰려와서 사람이 너무 많았잖아.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네. 네가 대신 사과 좀 해줘.” 연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그 사람은 신경 안 쓸 거야.” 주설주는 못내 아쉬운 듯 말했다. “진구 군 같은 사람이 드물지. 성실하고 잘생기고, 또 이렇게 마음 씀씀이까지 좋은데 여자친구가 있다니, 참 아까워.” 이에 연하는 피식 웃었다. “사람이 여자친구 있는 게 좋은 일이지, 엄마가 뭘 아쉬워해요? 그런 이기적인 생각은 얼른 고쳐야 해요.” 그러자 주설주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오늘 네 외삼촌, 사촌 언니 말이 거슬리긴 해도 틀린 건 아니야. 네가 평생 결혼 안 하고 살 순 없잖아.” 연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왜 안 된다는 거야?” 주설주는 곧장 맞섰다. “생각해 봐라. 네 아빠가 아프고, 나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너 혼자 어떻게 감당하려고? 네게 형제자매가 있었다면 내가 결혼 재촉 안 했을 거다.” 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결국 내가 남자친구 사귀라는 건, 내 짐을 같이 들어줄 사람 하나 데려오라는 뜻이에요?” 주설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네 남자친구가 우리를 챙기면, 너도 그 사람 부모를 챙기게 될 거야. 부부라는 게 원래 서로 의지하는 거야.” “네가 결혼하면 나는 아들이 하나 늘고,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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