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78화
화영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여자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해 있었다.
화영은 가방을 집어 들고 내릴 준비를 하자 우행이 작별 인사를 건넸다.
“화영, 좋은 밤 되길 바라.”
화영은 뒤돌아보며 우행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 했지만, 입술 끝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올라와서 잠깐 앉아 있을래?”
순간, 우행의 눈빛 속에 스치는 놀람이 선명하게 비쳤고 화영은 본능적으로 손에 든 가방을 꼭 움켜쥐었다.
우행이 침묵하는 매 순간이 차 안의 공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이 시점에서 화영의 초대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는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화영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저 예의상 한 말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단순히 추신수에게 당한 일을 보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수도 있었다.
화영이 막 입을 열어 해명하려는 순간, 우행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울렸다.
“괜찮아?”
화영은 멍해졌다.
우행그의 깊은 시선에 이끌리듯,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우행은 대리운전 기사에게 차를 어디에 세워 두라고 일러주고, 곧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한 줄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화영의 심장은 급격히 뛰기 시작했고, 조금 전의 충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신사의 겉모습을 한 남자 역시 결국은 남자였다.
다만 옷을 벗을 때조차 우아하고 절제된 동작을 보일 뿐이었다.
우행이 화영에게 입을 맞췄을 때, 여자는 희미하게 깨달았다. 우행 역시 술을 꽤 마셨다는 사실을.
다음 날 아침, 화영이 눈을 떴을 때는 햇살이 벌써 높이 떠 있었다.
화영이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침대 위에는 자신 혼자뿐이었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어깨와 다리의 묵직한 통증을 느꼈다.
어젯밤의 광란이 꿈이 아니었음을 몸이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디로 간 걸까?’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자, 한 시간 전쯤 도착한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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