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03화
몸의 감각보다 진구의 아득한 목소리가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연하야, 사랑해. 나 정말 미친 듯이 널 사랑해.”
“왜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 네가 원하는 건 다 줄 수 있어.”
진구의 목소리는 탁하게 갈라져 있었다.
“연하야, 눈을 뜨고 날 봐. 네 입으로도 사랑한다고 말해 줘.”
연하는 고개를 젖힌 채 붉은 입술을 살짝 열었지만, 단음절 소리 외에는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또한 심장만이 멈추지 않고 떨려 왔다.
...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비칠 무렵, 진구는 눈을 뜨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품속에 잠든 연하를 확인하고서야 긴장이 풀린 듯 다시 누워 버렸다.
이곳은 연하의 아파트였다.
익숙한 아침 햇살, 침대 위에 배어 있는 익숙한 향이 진구를 안도하게 했다.
또한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 가슴속 어둠을 모두 지워내는 듯했다.
연하는 이미 깨어 있었고 진구가 방심한 채 어깨를 감싸 안고 있을 때를 틈타 곧장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벗어났다.
진구는 순간 멈칫하더니 곧 팔을 뻗어 연하를 다시 끌어안아 품에 가두었다.
그러나 연하는 팔과 다리를 써가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하지만 키와 힘에서 앞서는 진구는 가볍게 연하를 제압해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슬윤이랑은 이미 끝났어. 정말 끝났어.”
연하는 움직임을 멈추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진구를 바라보았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진구의 눈에 아침 빛이 비치며 맑고 부드럽게 빛났다.
“슬윤이가 병에 걸렸고, 걔 어머니가 마지막 몇 달이라도 행복하게 보내게 해 달라며 연애 한번 하라고 부탁했어. 그래서 처음부터 거짓이었던 거야.”
연하의 시선은 놀람에서 곧 의심으로 바뀌더니 차갑게 웃었다.
“그 모습이 환자인 것으로 보여요?”
설사 병이라 해도 정신병일 것이었다.
연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정말 병이 있다면, 마지막 순간에 결혼식이 하고 싶다 해도 선배는 들어줬을 거잖아요.”
진구는 연하의 눈을 깊게 응시하다가 잠시 침묵한 끝에 낮은 목소리로 속내를 드러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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