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73화
회색 승복을 입은 스님은 어깨에 천 가방을 메고 있었다.
먼 길을 막 돌아온 사람처럼 옷자락에 여정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좁았기에 스님이 가까이 다가오자 희유와 명우는 일부러 한걸음 물러서 길을 비켜 주었다.
그럼으로써 스님이 먼저 지나가도록 조용히 자리를 내주었다.
스님은 고개를 가볍게 숙여 길을 양보해 준 데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고, 두 사람 곁을 스쳐 지나갔다.
몇 걸음 옮긴 뒤, 스님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다시 희유를 돌아보았다.
희유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눈을 깜빡였다.
희유는 혹시 자신이 여기 온 목적이 공양밥을 먹으러 온 것뿐이라는 걸 들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뜨끔해졌다.
스님은 한동안 희유를 바라보다가 명우를 다시 한번 살폈다.
그러고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두 분, 관상이 참 좋네요.”
이에 희유는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스님.”
스님은 명우를 향해 말했다.
“다만 앞으로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을지도 몰라요. 제게 경전 한 권이 있는데, 가져가 붉은 먹으로 필사하세요. 다 쓰면 다시 저에게 가져오시고요.”
명우가 잠시 멈칫했고 희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어떤 경전인가요?”
스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두 분은 여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제가 금방 다녀오도록 하죠.”
그렇게 말한 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돌아섰다.
희유는 스님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좀 이상하지 않아요?”
명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돈 받으려는 걸지도 몰라.”
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다릴까요?”
명우가 말했다.
“어차피 돌아가다가 마주칠 수도 있어. 아직 마음에 드는 사진도 못 찍었잖아. 가서 더 찍어.”
희유는 더 생각하지 않고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10여 분쯤 지났을 때, 스님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깨끗한 승복으로 갈아입었고, 어깨의 가방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손에는 두툼한 경전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스님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오자 희유는 공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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