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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6화

명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희유에게 나름의 생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저 어깨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희유가 손을 들어 명우를 밀어내고는 입술을 오므린 채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요. 아빠랑 엄마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거든요.” 명우는 태연한 얼굴로 되물었다. “뭘 이상하게? 우리가 부적절한 관계라도 된다고?” 희유는 순간 멈칫했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입술을 깨물며 짓궂은 눈으로 명우를 바라보았다. 명우는 두 손으로 희유의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여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가서 자. 요즘 많이 돌아다녔잖아. 오늘은 푹 자.” 말은 담담했지만 희유는 괜히 다른 생각이 떠올라 고개를 얼버무리듯 끄덕였다. “오빠도요.” “나는 안 힘들어.” 희유는 힐끗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는데 눈꼬리 끝이 붉게 물들었다. 탁자 위에 놓인 야식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당부했다. “그거 꼭 먹어요. 나 갈게요.” “응.” 명우가 팔을 풀어주자 희유는 돌아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나가다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명우는 옷장에 기대선 채 그대로 희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눈빛 안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운이 스며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그 순간,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뜨겁고 또 깊은지 또렷하게 느껴졌다. 희유는 입꼬리를 살짝 다문 채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밤은 점점 깊어졌지만 희유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어쩐지 잠드는 것이 아쉬웠다. ‘오빠가 지금 이 집에 있어. 바로 옆방에서 자고 있네.’ 한때는 미워했고, 또 잊지 못했던 사람, 다시는 인연이 없을 거라 여겼던 사람이 지금은 이 집에 있었다. 그것도 남자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런 생각에 희유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 이유도 없이 웃음이 나왔고 이상할 만큼 행복했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이불을 걷어내고 휴대폰을 들고는 명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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