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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0화

두 사람이 막 나가려는 순간, 희유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주강연이었다. 주강연은 이틀간 출장을 다녀왔고 어젯밤에 막 돌아왔다. 전화기 너머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희유야, 오늘 엄마 집에 있어. 언제 들어와?] 평소보다 더 다정한 음성이었고 며칠 떨어져 있었더니 딸이 유난히 보고 싶어졌다. 희유는 눈을 내리깔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조금 늦게 들어갈 것 같아요. 아빠랑 먼저 저녁 드세요. 기다리지 마세요.” [명우랑 데이트해?] 주강연이 부드럽게 물었다. “아니요. 우한이랑 잠깐 나가요.” 희유가 답하자 주강연은 당부했다. [오늘 바람 많이 불어. 나갈 거면 따뜻하게 입고 나가.] 말을 마친 뒤,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이상하게 어젯밤에 네가 태어났을 때 꿈꿨어. 그때 너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안 울고 자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놀랐는지.]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할머니가 의사 선생님 모셔 왔었어. 의사가 와서 네 작은 발을 톡 건드리니까 그제야 와 하고 울었고.] 희유의 목이 갑자기 막혔고 티 나지 않게 숨을 한 번 들이켰다. “20년도 넘은 일을 아직도 기억해요?” [그러게.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꿈에 나오더라.] 주강연의 목소리에 새삼스러운 감회가 묻어났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았어.] 희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집에 가서 이야기해요. 저 지금 나가야 해요.” [밖에 추우니까 두꺼운 옷 하나 더 챙겨.] 주강연이 다시 한번 걱정스레 말했다. “알았어요.” 희유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끊을게요.” [희유야...] 주강연이 갑자기 부르더니 잠시의 침묵 끝에 덧붙였다. [아무 일 없지? 일찍 들어와.] “네.” 희유는 전화를 끊고는 그 자리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이에 우한이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 검사 결과 나오면, 부모님한테 말하자. 분명히 엄청나게 좋아하실 거야.” 희유와 명우의 일은 양가 모두 인정한 사이였기에, 임신은 오히려 더 큰 기쁨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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