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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5화

회의가 끝난 뒤, 석유는 명빈에게 부정당했던 기획안을 들고 대표실로 향했다. 비서는 석유를 보자 먼저 물었다. “사장님께 연락은 하셨어요?” 석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 안 했어요. 죄송하지만 지금 시간 괜찮은지 한 번만 여쭤봐 주실래요? 바쁘시면 여기서 기다릴게요.” 비서는 공손하게 웃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바로 여쭤보고 올게요.” 비서는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왔다. “죄송해요, 하 팀장님. 사장님이 지금 조금 바쁘셔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시네요.” 석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음에 다시 올게요. 사장님 시간 나실 때 말씀해 주세요.” 석유가 돌아서는 순간, 뒤쪽 대표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명빈은 문 앞에 선 채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물었다.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나요?” 석유는 몸을 돌렸고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기다릴 인내심이 없어졌네요.” 옆에 있던 비서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유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받아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에 비서는 계속 눈짓하며 석유를 말렸다. 오늘 명빈 기분이 얼마나 안 좋은지 회사 전체가 다 알고 있었고, 자칫하면 정말 크게 혼날 분위기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명빈은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짧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간 났으니까 들어와요.” 비서는 그제야 몰래 안도의 숨을 쉬고는 석유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팀장님, 오늘은 사장님 건드리지 마세요.” 석유는 비서의 선의를 알아차린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표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명빈 사무실은 명빈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했는지 굉장히 화려했다. 천장 전체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별빛 조명으로 꾸며져 있었고, 문 양옆에는 천장 끝까지 닿는 블랙 골드 책장이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I국 수제 카펫이 깔려 있었고, 공간 곳곳이 사치스럽고 눈부셨다. 마치 명빈 본인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런 강렬한 공간 안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결국 명빈이었다. 명빈은 넓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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