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32화
석유는 곧바로 말했다.
“아니야. 희유 너는 명우 씨랑 같이 가. 난 따로 약속 있어.”
희유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언니한테 무슨 친구가 있다고 그래요?”
그러자 석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도 친구 한 명 정도는 있을 수 있잖아? 빨리 가. 나도 약속 시간 늦을 것 같아. 이따가 연락해.”
말을 마친 석유는 먼저 자기 차 쪽으로 걸어갔고, 명우는 희유 손을 잡으며 낮게 말했다.
“혼자 있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래야 명빈이랑 관계를 어떻게 할지 스스로 정리할 수 있으니까. 감정이라는 건 결국 본인이 직접 깨달아야 하는 거야.”
명빈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처를 겪어봐야 자기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희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가 조용히 말했다.
“언니는 절대 사람 마음 몰라주는 애 아니에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거죠.”
명우는 석유가 자기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운 건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이미 명빈을 좋아하게 됐지만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수도 있었다.
명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석유 씨는 똑똑하니까 스스로 답 찾을 거야.”
명우는 희유 손을 잡고 차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명빈 말대로 이제 남 일은 좀 신경 끄고.”
희유는 바로 반박했다.
“명빈 씨랑 언니는 남 아니거든요?”
명우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가 몸을 돌려 짙고 깊은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
“그럼 나는? 나는 너한테 어떤 사람인데?”
희유는 순간 멈칫했다.
명우의 어두운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괜히 마음이 찔렸다.
‘혹시 뭔가 눈치챈 건 아닐까?’
희유는 순간 고민했다.
‘지금 강화주 가는 일을 말해야 하나?’
하지만 희유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명우가 갑자기 몸을 숙여 희유의 입을 가볍게 맞췄다.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이 스치는 순간 희유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명우는 낮게 웃었다.
“대답 하나 하는데 그렇게 오래 고민해?”
그 말을 끝으로 명우는 다시 희유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
희유는 몰래 숨을 내쉬며 조용히 명우 걸음을 따라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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