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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0화

명빈은 깊어진 눈빛으로 석유를 바라보더니 붉은 입술 끝이 천천히 올라갔다. “석유 씨가 지금 하는 말들 결국은 스스로한테 절대 저한테 흔들리면 안 된다고 세뇌하는 것 같은데요?” 석유는 숟가락을 쥔 손끝을 잠깐 멈칫했고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담담했다. “애초에 흔들릴 일 없어요. 굳이 이유까지 필요 없고요.” 명빈은 낮게 웃었다. “석유 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죠.” 석유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또 말장난처럼 받아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너무 쉽게 물러나 버리자 오히려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직원이 음식을 들고 와 메뉴 설명을 시작했다. 재료 원산지와 맛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분위기도 잠시 변했다. ... 식사를 마친 뒤 명빈은 차를 가져왔고 두 사람은 다시 길을 나섰다. 차는 고성거리를 지나 점점 외곽 쪽으로 향했다. 가는 방향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석유가 물었다. “어디 가요?” 명빈은 웃으며 뒤를 힐끗 바라봤다. “요즘 심리학 좀 공부했거든요. 선생님이 그러는데 외로운 사람은 자연을 많이 봐야 한대요. 그래서 등산 가요.” 석유는 잠깐 멍하니 명빈을 바라보다가 곧 얼굴이 싸늘해졌다. “누가 외로운 사람이라는 거죠?” 명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에요. 석유 씨가 아직 서로 잘 모른다고 했잖아요. 같이 산 타면 사람 성격 금방 보여요. 서로 알아가기엔 이만한 지름길이 없다니까요.” 그러자 석유는 비웃듯 말했다. “등산이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요? 심리학을 배운 거예요? 아니면 범죄학을 배운 거예요?” 이번엔 명빈이 잠시 멈칫하더니 곧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두 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산 아래였다. 근처에는 넓은 습지공원이 펼쳐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산맥은 끝없이 이어져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날씨도 좋았다. 겨울 오후 햇살은 따뜻하고 밝았지만 전혀 뜨겁지 않아 등산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아무 준비 없이 온 터라 석유는 산 아래 매장에서 등산 가방 하나를 골랐다. 물과 초콜릿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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