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88화
명빈은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곧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죠. 석유 씨가 직접 사서 준 게 중요하죠.”
석유는 조금 떨어진 의자에 가서 앉았다.
“물 마시고 싶으면 부르세요. 몸 뒤집거나 물건 필요해도 바로 말하시고요.”
명빈은 낮게 코웃음을 쳤다.
“간병인보다도 더 딱딱하네요.”
석유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전 간병인이 아니니까요.”
명빈은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다.
“제가 아까 무슨 꿈 꿨는지 알아요?”
석유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명빈은 천천히 말했다.
“날 친 여자 있잖아요. 그 여자가 남편 살려달라고 와서 울고 있었어요.”
“근데 석유 씨는 절 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 여자 편을 들더라고요. 저한테 엄청 매정한 말도 했고요.”
석유는 미간을 좁혔다.
“그럴 리 없어요.”
단호한 석유의 말에 명빈 눈빛이 흔들렸다.
“뭐가요?”
“제가 왜 그 여자 편을 들어요?”
명빈 눈빛은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졌고 가슴 답답했던 것도 바로 사라졌다.
“그러면 역시 꿈은 반대네요.”
석유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명빈의 시선은 점점 더 부드럽고 깊어졌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요.”
석유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서도 말 잘 들려요.”
“물 마시고 싶어요.”
석유는 명빈을 한번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따라서 병상 옆으로 다가가 컵을 건넸다.
곧 명빈은 억울한 얼굴로 웃었다.
“자기야. 팔이 안 올라가는데요?”
일부러 들으라는 듯 말끝은 느긋했고, 어딘가 억울하고 서운한 기색까지 섞여 있었다.
곧 석유 눈빛이 서늘해졌다.
“또 이상하게 부르면 이 물을 마시는 용도로 안 쓸 거예요.”
“그러면 어디에 쓰는데요?”
명빈이 싱긋 웃으며 묻자 석유는 차갑게 웃었다.
“그냥 이참에 씻겨드리려고요.”
명빈 눈빛이 번쩍 빛났다.
“좋죠. 그럼 먼저 옷부터 벗겨주세요.”
능글맞은 명빈에 석유는 그대로 말을 잃었다.
석유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물었다.
“마실 거예요? 말 거예요?”
“마실 거예요.”
명빈은 순식간에 다시 얌전해졌다.
석유는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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