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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2화

그날 석유가 꽃을 들고 병실에 왔을 때 명길은 일부러 자리를 피해 두 사람이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 석유는 이미 떠난 뒤였고, 명빈 상태 역시 어딘가 이상했다. 그리고 오늘 희유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명길은 자기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했다. 그날 두 사람은 분명 좋지 않게 끝난 거였다. 희유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명길은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형수님도 굳이 석유 씨한테 물어보진 마세요. 정말 바쁜 걸 수도 있잖아요.” 희유는 명길 뜻을 바로 알아들었는지 눈빛에는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명빈 씨 잘 챙겨요.” “걱정하지 마세요.” 명길은 여전히 차분한 얼굴이었다. 희유 역시 석유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감정 문제는 결국 당사자들만이 가장 잘 아는 법이었다. 그랬기에 괜히 주변 사람이 끼어들면 오히려 상황만 더 꼬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희유는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 그러나 가끔 아침마다 명빈 병문안을 갈 때도 여전히 석유에게 함께 갈 건지 물어보곤 했다. ... 일주일 뒤 명빈은 퇴원했다. 그리고 희유의 강화주 발령 신청 역시 여러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승인되었다. 떠나기 전 마무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희유는 결국 명빈 퇴원 날 직접 데리러 가지 못했다. 명우는 이틀 전에 이미 돌아온 상태라 직접 희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일이라 휴가 내기 힘들잖아. 굳이 안 와도 돼. 나랑 명길도 있고, 명빈이 상태도 이제 괜찮아.] 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일 빨리 끝내고 저녁에 명빈 씨 보러 갈게요.” 그러다 잠시 멈춘 뒤 물었다. “오늘 저녁 집에 있어요? 할 말이 좀 있어서요.” 명우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 [네가 온다는데 내가 왜 없겠어. 집에서 기다릴게.] 희유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래요.” 오후가 되자 희유는 속도를 내 남은 업무를 정리했고, 퇴근 직전에는 다시 석유에게 전화했다. “명빈 씨 오늘 퇴원한다는데 우리 같이 가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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