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22화
[아니요. 명빈 씨는 여기 없어요.]
석유가 담담하게 말했다.
주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쁘지도 분노만 치밀지도 않았다.
그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새삼 실감하는 씁쓸함이 더 크게 밀려왔다.
잠시 멍하니 있던 주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명빈 씨는 야근 중인가 봐요.”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내려놓은 주아는 명빈이 희현과 데이트하고 있을 거라고 거의 확신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석유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명빈은 하필 그 순간 석유를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전 명빈이 석유를 바라보던 눈빛은 누구보다 다정했고, 누구보다 그 감정이 깊어 보였다.
주아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여러 번 석유를 부러워했다.
주아는 늘 자신과 김하운의 관계에는 뜨거운 열정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명빈의 불같은 사랑과 낭만은 모든 여자가 한 번쯤 꿈꾸는 모습이었다.
‘역시 빨리 뜨거워지는 사람은 마음도 빨리 흔들리는 걸까?’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누구보다 깊이 빠져들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랑이 익숙해지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가장 쉬운 사람들이었다.
주아는 석유가 안쓰럽고 화가 났지만 이 사실을 석유에게 말해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말하면 석유는 분명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직장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랑마저 무너진다면, 한순간에 인생의 두 가지를 모두 잃는 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석유는 끝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속고 살아야 했다.
어느 쪽도 더 나은 선택은 아니었기에 주아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결국 주아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심했다.
석유라면 누구보다 거짓을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잠깐 아픈 편이 오래 아픈 것보다 나았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명빈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편이 석유에게도 더 좋은 일일지 몰랐다.
무엇보다 친구인 주아는 당연히 석유의 편이었다.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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