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97화
일기는 거기에서 끝나 있었다.
김하운의 표정은 당황스러움에서 미묘한 흥미로움으로 바뀌었다.
김하운은 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 내려간 뒤에야 노트를 조용히 덮어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
하린은 친구와 함께 애니메이션 전시회를 다녀온 뒤, 저녁에는 같은 업계 사람들 모임까지 참석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모든 일정이 끝났고 일부러 자신을 바쁘게 몰아붙였다.
조금이라도 한가해지면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고, 괜히 긴장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그 남자에게서는 전화 한 통 오지 않았고 카톡 추가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아무런 반응도 없는 침묵이 오히려 마음속을 거센 파도처럼 뒤흔들었다.
밤이 되자 어머니에게서 일찍 들어오라는 전화가 왔다.
하지만 집으로 가기 전, 하린은 결국 서점에 한 번 더 들렀다.
밤 11시.
김하운은 이미 돌아간 뒤였다.
서점의 불을 켜자마자 소파 위에 그대로 놓여 있는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제멋대로 빨라졌다.
천천히 다가가 쪼그려 앉은 채 한참 동안 그 노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자신이 써 내려간 글을 다시 읽었다.
김하운이 이 내용을 읽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김하운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기대에 부풀어 있던 마음이 한순간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어느 정도는 각오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밀려오는 실망감은 막을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허탈함과 슬픔, 창피함이 한꺼번에 밀려와 목을 꽉 막아 버렸다.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짝사랑이었고 용기를 내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기분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하린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부족한 건 아니야.’
‘안목이 없는 건 그 사람이야.'
몇 번이고 자신을 다독였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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