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72화
만약 이것이 업보라면 본인 역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순순히 받아들일 수만도 없었다.
유청은 반드시 신씨 집안으로 시집가야만 했고, 그래야 자기 아들을 그렇게 잃은 대가가 헛되지 않을 터였다.
탁자 위 향로에서는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는 단향이 피어올랐지만, 송이란의 마음속 짙은 원한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곧 송이란이 고개를 돌려 유청을 바라보자 마침 유청도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매가 부드럽고 맑았으며 얌전하고 순종적인 표정이었다.
이윽고 송이란이 말했다.
“좀 더 기다리자. 혜명 스님은 아주 영험하시니까, 분명 좋은 혼삿날을 잡아주실 거야. 신씨 집안으로 시집가서 자식도 낳고 오래오래 잘 살아.”
언니 유단이 그랬듯이, 시집가기도 전에 이미 미움받았다. 게다가 신씨 집안처럼 대대로 학문을 이어온 명문가에서는 전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유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엄마.”
또 잠시 기다린 뒤, 혜명 스님이 선방으로 돌아왔고 송이란은 경건하게 두 손을 모았다.
“스님!”
유청은 고개를 숙였고 그 뒷모습이 탁자 위로 드리워졌다.
그 모습은 창밖의 곧게 뻗은 대나무처럼 가늘고 대나무 마디처럼 곧고 길었다.
송이란이 찾아온 용건을 설명하며 자신이 몇 개의 길일을 골라두었으니 혜명 스님께 골라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혜명 스님이 시선이 유청에게 스치더니 담담히 웃었다.
“민씨 집안 큰 경사이니 본인이 직접 고르는 게 낫겠네요.”
유청이 혜명 스님을 바라보며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스님께서 골라주세요.”
혜명 스님이 종이 위 날짜를 살펴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다 비슷해요. 그저 양가에 편한 날로 하시죠.”
송이란도 사실 대단한 길일을 고르려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말했다.
“스님께서 날짜가 다 좋다 하시니 그럼 신씨 집안 쪽에 보내서 고르게 할게요.”
말을 마치고 유청을 돌아보며 말했다.
“유청아, 보살님께 가서 향 하나 올리고 오렴. 스님께 여쭤볼 게 더 있어.”
유청이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나가서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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