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화

임구택은 의아한 듯 그녀를 한 번 더 보았다. 때마침 임유림이 돌아오자 그녀는 소희 옆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고등학교 동창 만나서 잠시 얘기하다 왔어.”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오고 나서 세 사람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임유림은 소희와 함께 학교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었다. 식사를 마치고 세 사람이 출발할 때 성연희 일행을 만났다. 성연희도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나오다가 문 앞에서 마주쳤지만 두 사람은 모르는 척하며 스쳐 지나갔다. 두 명의 사장님은 임구택을 알아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밖은 이미 비가 그치고 길도 뚫린 상태였다. 명우가 차를 몰고 세 사람을 태웠다. “소희야, 어디로 가?” 조수석에 앉아 있던 임유림이 물었다. “가는 길이면 강성대 앞에 세워주면 돼.” “가는 길이라 문제없을 거예요.” “우리 삼촌은 말도 참 예쁘게 하네.” 임유림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소희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전에 했던 독설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단순하게 믿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잠시 떨어진 곳에서 임유림과 소희는 잡담을 나누고 임구택은 옆에 앉아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오늘 두 명의 부부는 같은 차에 동승했고 소희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차는 학교 입구 앞에서 멈추었고 소희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유림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유림아.” “뭘, 다음에 밀크티 한잔 사줘.” 임유림은 눈매가 날렵하면서 귀여웠다. 소희는 웃으며 동의했고 자신의 우산과 가방을 들고 내렸다. “감사합니다, 임 선생님.” 임구택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네.” 소희는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며 임유림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소희는 버스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기다렸다. 차에서 유림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돌아서며 임구택에게 말했다. “삼촌, 저 소희에게 유민이의 가정교사를 맡기고 싶어요.” 그녀의 부모님은 자주 집을 비우셨다. 며칠 전에는 런던 경제 세미나에 참석하러 갔고, 이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가셨다. 유민이의 가정교사는 핑계를 대고 사직했고, 이제 그녀가 유민이를 가르쳐야 하니 그녀는 서둘러 그녀를 대신해서 분담할 사람을 찾아야 했다. 임구택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전문 가정교사는 필요 없다 그러더니, 학생이 뭘 할 수 있는데?” 임유림은 지지 않고 대답했다. “전문적인 거랑 무슨 상관이죠, 게다가 소희는 과외를 해서 학비를 벌고 있는데 제가 그녀를 도와주고 싶어요 불쌍해요.” 임구택은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학생을 불신했다. “네가 직접 돈을 주면 되잖아.” “걔도 자존심이 있잖아요. 삼촌 허락해 주세요. 아니면 소희 보고 먼저 해보라고 하는 건 어때요? 유민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알아서 그만두겠죠.” 임구택은 유민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먼저 해보라고 해봐!” 임유림은 흥분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좀 이따 제가 전화 해볼게요!” 소희는 버스에서 내려 디저트 가게에 가서 잠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뒤 날이 저물 무렵에야 별장으로 돌아왔다. 문을 들어서자 설희가 그녀에게 애교를 부렸다. 설희는 사모예드로 임구택의 애완견이다. 소희가 별장에 처음 왔을 때 설희는 겨우 3개월이 지날 무렵이었고, 그녀는 설희를 3살까지 정성스럽게 키워주었다. 그녀는 항상 다른 사람의 아들을 대신 키워주는 느낌을 받았다. 별장에는 그녀를 돌보는 하녀, 나이 많은 집사까지 3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강아지가 3년 동안 같이 살고 있었고 이미 가족처럼 친근했다. 설희와 잠시 놀고 난 후 그녀는 올라가 샤워를 하였다. 샤워를 마치자마자 임유림의 전화를 받았다. 임유림은 전화로 소희에게 자기 집에서 동생의 가정교사를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임구택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소희는 상상을 해보았지만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전문적인 가정교사가 아니야, 유민이한테 방해만 될 것 같아, 다른 구인 회사에서 구해봐.” “그동안 전문적인 가정교사 써봤는데 유민이가 다 싫어했어. 소희야 나 좀 도와줘. 우리 가족들도 집에 없고 삼촌도 바쁘니까 나 좀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안돼?”임유림은 낙천적인 웃음과 애교를 섞어서 부탁하였다. 소희는 한참 동안 유림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한번 해보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우리 집으로 와, 집에서 기다릴게.” 임유림은 말을 마친 뒤 소희가 거절할까 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소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핸드폰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곧 유림에게 메시지가 왔다. “소희야 너희 집 어디야? 내일 기사님 보고 데리러 가라고 할게.” 소희는 답장했다. “아침 9시까지 강성대 입구에서 기다릴게.” “그럼 약속한 거다!” 전화를 끊은 소희는 잠시 멍하니 있었고 설희가 소파에 뛰어올라 소희의 잠옷을 물어뜯었다. 소희는 설희 뭄에 가볍게 기대며 웃어 보였다. “내일 너희 주인님 보러 갈 건데 할 말 있으면 전해줄까?” 설희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희는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바보, 바보!” ...... 저녁에 성연희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희는 임씨 집안의 집으로 가서 임구택의 조카에게 과해를 해준다는 얘기를 했다. 성연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결국 흥분하며 말했다. “드디어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갈 기회가 왔으니 그를 공략해서 덮친 다음에 계약이 끝나기 전에 그와 잠을 자고 이혼서류를 그의 얼굴에 던져버려! 정말 짜릿할 거야!” 소희는 2초간 침묵한 채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더 이상 듣다가는 연희에게 세뇌당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만약 앞으로 임구택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면 그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지? ...... 다음날, 8시 50분에 소희는 강성대 입구에 도착하여 5분을 기다렸고, 벤츠 한 대가 소희 앞에 멈추었다.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예의 바르게 물었다. “소희 아가씨 맞나요?”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운전기사는 부드럽게 말하였다. “유림 아가씨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소희는 고맙다는 표시를 한 뒤 차에 올라탔다. 임씨 집안의 집은 성남에 위치해 있고 외벽은 검은색의 철책, 덩굴로 뒤덮여 있었다. 자동차는 벽을 따라 10분 동안 다라려 문 앞에 이르렀고 검은 철문을 통과하면 단톡주택의 별장과 정원이 보였다. 입구를 지키던 하인이 문을 열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들어오라고 하였다. 소희가 신발을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검은 그림자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소희는 순간 당황하며 다리를 들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누군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판단할 틈도 없이 남자에게 안겼다. 그녀는 설희를 제외하고는 모든 개를 무서워했다. “데이비드!” 남자는 옅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달려들던 개는 갑자기 임구택의 발치에 멈춰 서더니 고개를 젖히고 소희를 살펴보았다. 임구택은 고개를 돌려 안긴 여자를 쳐다보았다. “떨어지지 않으면 성추행으로 신고합니다!” 소희는 눈을 깜빡이며 남자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귀 뒤엔 흉터가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 흉터가 희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남자의 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임구택은 눈썹을 찌푸리며 손을 뿌리쳤다. 소희는 여전히 그를 끌어안은 채 속삭였다. “개보고 먼저 가라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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