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6장
서정희는 능숙하게 리본 매듭을 묶었다. “됐어요.”
그리고 허리춤을 잡아 끌어 동물 가죽 위로 눕혔다. “누워서 잠깐 쉬면서 뭐 좀 먹고 있어요.”
산굴 안에 생활용품이 다양하게 들어있는 걸 보니 서정희가 이곳에서 거의 생활하고 있은 듯 했다.
염정훈은 서정희의 병도 이곳에서 치료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몇 년 간 홀몸으로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지냈을 지 궁금했다.
머릿속에 의문이 너무 많았지만 감히 조급하게 물어볼 수 없었다. 그 많은 의문들도 언젠가는 풀릴 것이다.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귓가에 맑은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소희다!
비록 아직 정확한 소희 생일을 알아내지 못했지만 염정훈은 이미 소희를 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누운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방울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다가 그의 곁에서 멈추었다.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 작은 손길에 염정훈은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 아이도 자신이 아빠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지?
염정훈은 이 아름다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작은 손길이 이내 떼어졌고 서정희에게 간 것 같았다.
“배고파?” 서정희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원래 목소리와 더 비슷했다.
소희가 손짓을 하자 서정희가 낮게 웃었다. “알았어. 재료 준비 도와줄래? 엄마가 탕후루 만들어 줄게.”
소희가 신이 났는지 기분 좋은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염정훈은 갑자기 곁에 무언가가 다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의 숨결이 아니었다.
동물이 그의 손끝에서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염정훈은 속으로 흠칫했다. 설마 맹수인가?
그때 서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서워 하지마요. 사슴이에요.”
“여기에 사슴도 있어요?”
“당연하죠. 저쪽에 샘물이 있거든요. 작은 동물들이 많이 찾아와요.”
“맹수는 없어요?”
서정희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스쳤다.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그때 그 표범이 죽은 후 모든 맹수가 약속이라도 한 듯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고 다시는 서정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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