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4장

서정희는 자신이 배웠던 호신술로 충분히 염정훈을 뿌리칠 수 있었다. 다만 동작이 너무 크면 두 사람에게 발각될 것이다. 그럼 앞에 참았던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만약 자신으로 인해 수아가 자괴감에 자살이라도 하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게 될 것이다.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사형 선고를 받을 만큼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심지어 생명을 잃은 사람은 충분히 많았다. 명훈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후유증이 남아 있었고, 차안심은 목숨을 잃었고, 모찌는 지붕에서 굴러 떨어졌다. 염정훈의 등에 난 흉터도 자신으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불행 모두 서정희의 마음속에서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 “놔.”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염정훈은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대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정희야, 왜 다른 사람한테는 늘 자비를 베풀면서 유독 나한테만은 이렇게 모질게 굴어?” 서정희는 염정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진짜 그 이유를 몰라?” 염정훈은 한숨을 쉬면서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정희야, 잘못은 이미 저질렀고, 상처도 이미 형성됐어. 내가 어떻게 보상해야겠어? 목숨 하나 남아 있는데, 만약 가져가겠다면 언제든지 가져가도 돼.” 그녀는 염정훈이 자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을 해본 적 없었다. 당시 자신을 향해 사무치는 원한이 있을 때마저 추호의 주저함 없이 자신과 함께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 위험이 발생할 때마다 염정훈은 항상 가장 앞장서서 자신을 보호했다. 하필이면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난 당신의 목숨 같은 거 필요 없어. 앞으로 우리 다시는 엮이지 말자. 그게 나의 유일한 바람이야.” 염정훈은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정희야, 그냥 내 목숨을 가져가.” 몇 년 동안 그리움이 가져다준 고통으로 이미 충분히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