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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장

광풍과 폭우가 만물을 휩쓸었고 연약한 꽃들이 끊임없이 흔들리며 꽃잎이 땅에 떨어졌다. 얼마가 지났을까 큰비가 점차 그쳤다. 서정희는 염정훈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 인간이 일부러 2인용 침대를 이 사이즈로 만든 것이라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 침대를 더 넓게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1미터 남짓한 침대에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있었다. 게다가 1미터 90센치가 넘는 다부진 몸과 같이 누워있자니 너무 비좁았다. 서정희는 어쩔 수 없이 염정훈과 딱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침낭을 펴서 이불로 만들어 두 사람이 같이 덮었다. 침낭 아래 두 사람은 서로의 피부 결, 체온, 윤곽 모든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두 사람은 신혼여행에서도 이렇게 딱 달라붙어 있지 않았다. 그동안 염정훈은 혼자 모든 것을 자제해 왔다. 아내와 한 침대에 있어도 본성을 억눌렀었다. 몇 년간 독수공방한 염정훈은 그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였다. 스스로 너무 바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염정훈은 더 이상 서정희의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자제하지 않았다. 그저 이 몇 년간의 공백을 보상받기 위해 서정희의 몸속에 파묻혀 죽고 싶을 뿐이었다. 염정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 “정희야, 나 정말 너무 기뻐.”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 정훈 씨와 잤다고 해서 당신을 용서하고 재혼하겠다는 것은 아니니까.” 그들 사이에는 염화진이 있었다. 그 말에 염정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금 이 상태여도 좋아. 나에게 딸도 한 명 더 낳아줬잖아.” 그러고는 서정희의 어깨에 입을 맞추며 한마디 했다. “수고했어.” 이 말에 서정희는 재빨리 몸을 돌려 염정훈을 매섭게 쏘아봤다. 이것은 나중에 따져도 늦지 않다. “염정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야? 내가 임신한 게 다른 사람의 아이라고 생각해 지우려 했던 것은 알아?” 이렇게 말해도 분이 풀리지 않은 서정희는 입을 벌려 그의 가슴을 꽉 깨물었다. “내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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