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9장

레스토랑에서 서정희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자료로만 봤던 일들인데 그녀가 조곤조곤 이야기 하자 차가운 문자도 감정으로 가득 찬 현실이 되었다. 감정적인 부분을 말할 때 서정희는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눈물을 흘르지 않게 꾹 참았다. “정현씨, 내 말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난 오랫동안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지냈어요. 가끔 대화를 하고 싶어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꾸 카카오 톡을 보냈는데 많이 귀찮았죠?” 전의현은 그제서야 왜 그녀가 말이 많았는지 알았다. 서정희여서 그렇다. 과거에 받았던 톡들이 떠올랐다. 항상 차갑게 답했지만 그녀한테 자신이 유일한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에요.” 전의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입안에는 쓴맛이 가득했다. 세상에는 불쌍한 사람이 너무 많다. “참, 정현씨는 자신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전혀 없었잖아요. 나이도 있는 것 같은데 결혼은 했어요?” 전의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자신과 같은 사람한테 결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남을 해치는 일이고 자신한테도 좋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버지때문에 전의현은 혼인관계를 전혀 믿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은 결혼 할 자격이 없어요.” “네?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서정희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 상태였다. 그녀는 밥을 먹으며 전의현과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비록 자신한테 많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반쯤 성공한 것이다. 차안심을 위해 복수를 하려는 것도 있지만 지한이 알려준 소식에 따르면 전의현은 당시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과 접촉한 유일한 사람이다. 전의현을 통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정희는 수년 동안 진실을 조사했지만 상대방이 수단이 있는 사람이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니 전의현을 목표로 둔 것이다. 일단 전의현의 믿음을 얻어야 하는데 그는 결코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니 2년 전부터 계획을 시작한 것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서정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