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1장

서정희는 아직도 둘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다. 임신한 백지연이 염정훈에게 기대어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유람선에서 자신을 밀쳐내며 했던 말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 둘중 누굴 구할 것 같아?” 할 수 없이 결혼 반지를 팔 때 그녀의 도도함도 눈앞에 생생했다. 서정희는 둘이 다시 만나는 장면을 여러 번 상상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가씨!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당장 119 부를게요.” 집사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출혈양으로 보면 백지연은 조금전에 손목을 그어 자살한 게 분명하다. 서정희는 재빨리 수건으로 출혈을 막았다. “급하지 마요. 출혈양이 적고 상처도 깊지 않아서 생명의 위협은 없어요.” “누구야? 어떻게 들어왔어? 당장 꺼져!” 백지연은 미친듯이 몸부림 쳤고 감정기복이 심했다. 그녀의 움직임에 피가 서정희의 얼굴에 튀었고 서정희는 바로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다. “이제 진정 됬나요?” 서정희가 차갑게 말했다. 낯선 사람이 자신을 때릴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백지연은 잠시 멍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백지연이 서정희의 뺨을 때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심지어 무릎을 꿇게 했고 얼굴도 망가뜨릴 뻔 했는데 서정희가 한 대 갚은 건 아무것도 아니다. 백지연이 얌전해지자 집사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 이분은 다리를 채료해주기로 한 의사님이세요. 좀 진정하시구요. 왜 자살할 생각을 하신겁니까? 어르신이 알면 속상해하실거에요.” 어르신이 언급되자 백지연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진심으로 자신한테 잘해주는 사람이니까. 백씨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자신을 내쫓지 않았고 심지어 걱정없이 남은 생을 살 수 있게 도와줬다. 어르신은 나이가 들어 몸도 나빠져서 남은 세월이 많지 않은데 백지연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면 정말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서정희는 침착하게 치료를 했고 집사에게 물건을 준비하라고 했다. 백현은 긴장된 얼굴로 부탁했다. “선생님, 비용은 상관 없으니 제발 동생을 살려주세요.” 그 걱정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