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8장
염정훈이 눈치가 이토록 빠른 줄 몰랐다. 후각뿐만 동물적 식스 센스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염정훈,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인데? 여기에 다른 사람이 있든 없든 이제 정훈 씨와 상관없어.”
서정희의 차가운 태도를 보니 염정훈은 저도 모르게 옛날 일이 떠올랐다.
서정희가 조심스럽게 염정훈과 백지연의 관계를 물었을 때, 대답하고 싶지 않았던 염정훈은 비슷한 말을 꺼냈었다.
이제 서정희는 똑같은 말로 염정훈을 반박한 셈이다.
그렇다. 그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제 그들은 연인도 아니다.
밤의 광란도 염정훈이 애원하고 빌어서 겨우 얻은 것이다.
굳이 밝히자면 적나라한 진실은 염정훈을 상처투성이로 만들 뿐이다.
그가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예전에 그가 서정희에게 이렇게 하지 않았던가? 인과응보다.
서정희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훈 씨, 그나마 내가 당신 몸에 관심이 있을 때 얌전히 있어.”
그녀는 꼭 마치 그의 몸을 감싼 아름다운 독사처럼 귓가에 속삭였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 황당한 관계를 끝낼 수 있으니까. 안 그래?”
염정훈은 말문이 막혔다.
사랑 앞에서 을이 되는 순간 주도권과 자존심은 모두 잃게 된다.
하필이면 이런 불공평 또한 염정훈이 기꺼이 원한 것이다.
염정훈의 입가에 어이없는 쓴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정희야, 오늘 밤 내가 널 찾는 건 그 일 때문이 아니야. 부탁할 일이 있어.”
서정희는 다시 몸을 돌려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손으로 턱을 괴고 물었다.
“당신 같은 대표이사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나같이 젊은 여자가 할 수 있을까?”
“심장에서 총알 좀 빼줘.”
서정희는 그제서야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누가 사고가 났는데?”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부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것이다.
염정훈의 주변 사람들을 한 번 쭉 생각해봤다. 어쩐지 염정훈이 오늘 미친 듯이 자기를 찾아다니더라니...
“아주 대단한 분이야.”
서정희는 포도 한 알을 까고 말했다.
“말해봐. 얼마나 대단한지.”
염정훈이 천장 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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