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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장

서정희가 떠나 있는 몇 년간 부남진이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한송이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여기저기 부탁을 하러 다녔다. 염정훈이 그의 마음속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그동안 염정훈의 뜻을 존중해줬고 매번 흐지부지 되었었다. 한송이는 낯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부남진이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전에는 네가 전처를 못 잊고 그리워하고 있어서 계속 거절해왔던 걸 알아. 언젠가 다시 재혼하겠지 생각하고 있던 것도 알고 있었고. 근데 그러고 4년이나 지났어. 이 녀석아, 인생에 4년이 몇 개나 되겠어? 우리 딸이 널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네 마음에 다른 사람을 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홀애비로 살고 있으면서 이 참에 우리 집 식구로 들어와. 널 계속 아들로 여긴 거 너도 잘 알잖아.” 염정훈도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부남진을 따라 생사를 넘나들며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어 부남진이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오르면 눈에는 오직 권세만 남게 되었다. 부남진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오른 건지 잊게 되었고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과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부남진은 눈앞의 이 아이가 점점 두려워졌다. 날카로운 칼은 적을 베기엔 최적의 무기였지만 잘 쓸 줄 모르면 되려 자신의 목을 벨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송씨 가문을 지원하여 염정훈에게 적수를 만들어 두었다. 그 이유는 염정훈의 권력을 약화시켜 그를 견제하려는 데 있었다. 아니면 염정훈이 이렇게 오랫동안 승진을 못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 말 뜻인 즉 염정훈이 제 딸과 결혼하면, 한 집안 식구가 되면 그때서야 마음 놓고 믿겠다는 것이었다. 부장성도 얼굴을 굳히고 차갑게 내뱉았다. “내 동생이 널 이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남자가 돼서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 한시안은 다정한 말투로 다독였다. “뭘 그렇게 무섭게 굴어.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우리가 결혼 강박하는 줄 알겠다. 태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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