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6장

염정훈은 서둘러 떠났고 다음 날 정오에 A시에 도착했다. 집에 가서 씻을 겨를도 없이 부씨 저택에 찾아왔다. 한기와 피비린내를 풍기며 부남진의 서재에 나타났다. 서정희는 차를 끓이고 있었고 부남진은 책을 읽고 있었다. 성큼성큼 들어온 그는 서정희를 보자 차가운 눈매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각하, 다행히 별일 없이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부남진은 책을 덮었다. 어젯밤 상세한 보고를 받은 그는 염정훈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잘했어. 시간이 늦었으니 남아서 저녁이나 먹어.” 서정희가 옆에 있어서인지 염정훈은 업무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염정훈더러 식사를 하고 가라고 했을 때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서정희가 여기에 있었기에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염정훈이 부남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각하, 정희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서정희는 차를 부남진의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그가 거절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마침 저도 이 사람에게 할 얘기가 있어요.” 부남진이 손을 내저었다. “가봐. 여기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니까 이따가 와서 안마해 주는 거 잊지 말고.” 사실 아픈 곳은 없다. 그저 서정희와 염정훈을 오래 만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얼마 전, 부남진은 사람을 시켜 서정희의 과거를 조사했다. 원래는 그녀를 대신해서 범인을 찾아내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염정훈이 그녀에게 한 세세한 일까지 알게 되었다. 염정훈은 아주 좋은 부하이지만 그들의 재혼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 염정훈 또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부남진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남자들의 케미가 아니겠는가? 염정훈은 서정희를 방으로 끌고 가더니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를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자기야, 너무 보고 싶었어.” 남자의 키스는 천지를 파괴하듯 강력했다. 마치 블랙홀처럼 그녀를 빨아들이려 했다. 서정희의 손바닥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염정훈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난방이 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