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6장

서정희는 어느새 넋을 잃고 제복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은 온통 염정훈으로 가득했다. 뒤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다. “왜? 이런 옷 좋아해?” 서정희는 깜짝 놀란 토끼 같은 눈빛을 하고 돌아섰다. 차가운 손끝이 얼굴을 스쳤다. 물기 어린 몸이 점점 그녀에게 다가갔다. 남자의 뜨거운 기운이 얼굴에 느껴졌다. “얼굴은 별로인데 이 눈만큼은 똘망똘망한 것이 예쁘단 말이지.” 얼굴에서 유일하게 바꿀 수 없는 것이 바로 눈이었다. 크고 맑은 눈, 특히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평범한 얼굴에서 가장 시선을 끌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 조금 긴장된 서정희는 손을 들어 밀어내려 했다. 작고 부드러운 손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손바닥 아래로 남자의 탄탄한 근육이 느껴졌다. 그때 신동우가 한 손으로 서정희의 얇은 허리를 감싸 안더니 옷장과 본인 사이에 가두었다. “뭐하는 거예요?” 화가 난 서정희는 불쾌한듯 바라보았다. 어젯밤에는 코피를 흘리더니 지금은 또 뭐하는 짓이야? 신동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방금 순간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정희는 그를 확 밀어내고는 마음속의 불쾌함을 가라앉혔다. “오늘 어떤 자리에 나가는 데요? 정장?” “정장.” 서정희의 뒷모습을 보는 신동우는 목소리가 한껏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리 여자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유부녀에게 눈독을 들여! 신동우는 스스로 안전한 거리까지 물러났다. 서정희는 빠르게 정장 한 벌을 골라주었다. “방으로 돌아 갈게요.” 신동우도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며칠 간 이상한 마음이 든 건 30년 동안 모태 솔로였기 때문이 분명했다. 신동우가 집을 나서자마자 배현이 그 뒤를 바로 따랐다. “형님, 제 형 오늘 귀국합니다.” “응.” “A국 쪽에서 종전 협정을 보내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동우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배현은 신동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신이 딴데 팔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형님, 제 말 듣고 계세요?” 신동우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뭐라고?” “어젯밤 잘 못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