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8장

“이만 가세요. 사모님의 고상한 취미를 방해하지 말고요.” 배현이 오훈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오훈은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바로 갈게요. 참, 배현이 형, 오늘 서 선생님이 왜 아직도 출근하지 않았어요?” 국의원 사람들은 아직도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서정희는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꼈다. 그들은 그녀를 진정한 친구로 여겼다. “무슨 헛소리야, 빨리 가.” 배현이 재촉했다. 오훈이 멀리 떠나자 그제야 서정희에게 고개를 돌렸다. “사모님, 죄송해요.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어요.” “괜찮아요. 사람을 착각할 수도 있죠.” 서정희는 다시 성큼성큼 그를 따라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배현은 계속 그녀를 떠보았지만 서정희에게 이상한 점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공기 중의 짙은 향수 냄새가 풍겼다. 서청의 트레이드마크가 몸에 은은한 약 향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의 몸에서 나는 향은 꽃향기에 더 가까웠다. 향으로 여자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여자가 향수를 뿌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냄새가 다르다고 서정희가 서청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서정희가 온다는 말에 병원장까지 직접 맞이하러 왔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국의원을 견학했다. 서정희가 배즙을 먹고 있을 때 배현이 원장을 끌고 가 물었다. “아저씨, 혹시 무슨 냄새 안 나요? 저 여자 몸에서 대체 무슨 냄새가 나는 거예요?” “몇 가지 꽃향기와 박달나무에서 추출한 강하고 독한 냄새가 나. 그런데 내가 향수를 잘 몰라.” “약재 냄새는 안 나나요?” “그런 것은 안나.” 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서 선생님을 도대체 어디로 데려간 거야? 이 시간인데도 아직 출근하지 않았어.” 배현은 그 사기꾼 여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저 여자 사기꾼일 뿐이에요. 앞으로 안 올 거예요, 묻지 말아요.” “사기꾼이라고? 뭘 속였는데?” 원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약재를 잃어버린 것 같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