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0장

염정훈의 동작은 너무 거칠어 창문을 닫을 겨를조차 없었다. 멀리 전망대 위에 있는 신동우는 시력이 좋아 그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염정훈은 여자의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뒤 벽에 밀고는 거침없는 키스를 퍼부었다. 복숭아꽃 같은 얼굴에 곱게 물든 새빨개진 얼굴, 남자의 손길에 여자는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였다. 염정훈은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바로 뒤는 아마도 다들 상상하는 내용일 것이다. 신동우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동안 들려왔던 얘기보다 염정훈은 이 여자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기는 하는 척할 수 있어도 눈빛은 조작할 수 없다. 그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서정희가 다시 일어났을 때는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염정훈이 잡아당겨 찢어진 치마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쁜 치마를...” 방금 세수를 마친 염정훈은 민트향을 풍겼다. 그녀의 귀밑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따가 사줄게, 원하는 만큼.” “진짜?” “앞으로 내 시간은 모두 네 것이야. 가자, 라카의 수도를 구경시켜줄게.” 두 사람은 정장을 벗어 던지고 평범한 커플티로 갈아입었다. 염정훈은 가면을 벗은 뒤 서정희와 손을 잡고 이국땅을 걸었다. 가는 길에 한 웨딩드레스 삽을 지나가게 되었다. 창가 앞에 선 서정희는 걸려있는 웨딩드레스를 바라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 염정훈은 그녀의 서운한 마음을 바로 알아챘다. 그녀에게 빚을 진 것이 있다. 바로 결혼식... “정희야...” 서정희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오해하지 마. 결혼 생각 전혀 없으니까... 그냥 저기 여자를 보고 있었어.” 창문 앞에 젊은 신혼부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여자아이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부케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화장을 마친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두 사람은 너무 잘 어울렸고 달콤해 보였다. “부러워?” 염정훈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물었다. “우리도 할 수 있어...” 서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이혼한 날부터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부러운 적이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