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7장

순간 진아영은 깜짝 놀라 서정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작별인사? 어디 가?” “걱정할 필요 없어. 그냥 조용한 곳에 가서 쉬고 싶어서 그래.” 진아영은 옷차림만큼이나 어두운 안색에 생기가 전혀 없어 보였다.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의 모습에 진아영은 서정희가 아마 기분전환을 하러 간다고 짐작했다. “오래 가 있을 거야?” “응, 아마 그럴 것 같아.” “그래, 너를 힘들게 했던 곳을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늘 발랄한 성격의 진아영은 이 순간, 서정희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서정희가 받은 상처가 한 두 마디로 무마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슬픔과 분노를 맛있는 음식으로라도 메꿔보자는 마음에 진아영은 값비싼 음식을 한 상 가득 주문했다. “먹어, 이 캐비어 오늘 마음껏 먹어, 언니가 돈은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말에 서정희가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목소리 좀 낮춰.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너를 졸부로 알겠어.” “그러면 뭐? 내 능력으로 번 돈이야. 정희야, 솔직히 말해서 예전에 고등학교 때 네가 정말 많이 나를 도와줬어. 그래서 앞으로 내가 꼭 출세해서 언젠가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너는 이미 충분히 훌륭해.” 서정희는 진아영이 점점 성숙하여 가는 모습을 지켜본 장본인이다. 진아영은 서정희와 달리 타고난 직업 정신을 가진 여자다. 예전에는 남자 때문에 순탄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지만 혼자가 되고 난 후부터 그녀는 사업에서만큼은 꽃길만 걷고 있었다. 진아영은 마침내 그녀가 가고 싶은 길을 찾았고 서정희는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 기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늘 학창시절처럼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봤다. 서정희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웃었다. 날이 저물자 하늘에는 눈발이 흩날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진아영이 갑자기 서정희를 불러세웠다. “잠깐만.” 진아영은 뒤돌아서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목도리 하나를 사갖고 나와 직접 그녀의 목에 둘러줬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