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2장
진영은 그제야 염정훈의 마음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는 진심으로 서정희를 보내려는 게 아니라 그녀에게 약물을 투여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영은 이런 그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염 대표님, 사모님의 과거가 아무리 상처투성이라고 해도 잊을지 말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사모님의 뜻과 상관없이 약물을 투여했다가 나중에 혹시라도 기억을 되찾게 되면 대표님을 원망하지 않을까요?”
“내가 그것까지 생각 안 했을 것 같아? 그동안 정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둘째 치고 최근 정희 마음속에는 오롯이 복수밖에 없었어. 항상 예민한 상태로 있었고 밤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 밖에 바람 소리에도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고 매일 악몽에 시달렸지. 게다가 우리 두 사람의 사이를 깨지 못할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어. 나도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염정훈이 결혼반지를 들어 올리자 은백색의 반지가 햇빛에 비쳐 반짝였다.
“그리고 드디어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어. M1 약물을 주사하기만 하면 정희는 그동안의 모든 고통스러운 기억은 다 잊을 거야. 내가 줬던 상처들까지도.”
여기까지 말한 염정훈의 얼굴에는 기쁨의 광기가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정희는 다시 나만 바라봤던 어린 소녀로 돌아올 거야. 우리는 완벽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고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거야.”
진영은 그 말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입만 떡 벌리고 있었다.
그저 진짜로 모든 게 염정훈이 말한 대로 되길 바랄 뿐이었다.
서정희는 우람하고 건장한 남자를 따라 걸어갔다. 이 남자는 선텐을 많이 했는지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서정희 씨, 여기에 온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서정희 씨를 지킬 거예요. 저를 흑곰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서정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여기는 지리적 위치가 적도와 가까워요. 열대 기후라 일 년 내내 덥고 습해요. 폭우가 내리는 날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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