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4장

첫 시도에 실패해서 서정희의 얼굴에 약간의 실망감이 스쳤다. “괜찮아. 아직 많이 남았어.” “응.” 서정희는 연달아 몇 번을 던졌다. 서정희는 그래도 힘있는 편이었고 높이가 낮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나뭇가지에 닿자마자 공이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으면 스쳐 지나갔다. 다섯 번 중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마 하느님이 그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된 거겠지. 어쨌든 염정훈한테도 다섯 개가 더 남아있었다. 남자한테는 식은 죽 먹기로 쉬운 일이겠지. 서정희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만 믿을게.” 염정훈이 하나를 던졌다. 높이 던진 걸 보니 아마 제일 높은 곳에 걸려는 것 같았다. 힘도 각도도 적당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다 걸린 공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염정훈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본 서정희는 급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 다음 번엔 꼭 걸릴 거야.” 염정훈이 네 개를 연이어 던졌다. 첫번째와 비슷하게 걸리지 않았다. 옆에 있던 사장도 어리둥절해 했다. 그는 원래도 이 나무에 마력이 있다고 믿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던져도 걸리는 걸 염정훈은 아홉 번이나 실패했다. 염정훈의 손에 아직 한 개가 남아있었다. 그의 표정은 아주 살벌했다. 흥을 돋우려고 서정희가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염정훈은 난간을 뛰어넘더니 곧장 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염정훈은 차가운 나무를 쓰다듬고 있었는데 등을 돌리고 있어 뭐 하는지 자세히는 볼 수 없었다. 몇 초 후 염정훈이 다시 한 번 던졌다. 모든 사람이 기대하는 순간이었다. 공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순간 서정희는 골이라도 들어간 듯 기뻐했다. “걸렸어!” 염정훈의 얼굴에도 그제야 웃음기가 생겼다. “응.” 그는 난간을 넘어왔다. “이제 가자.” 서정희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서정희가 추워서 목을 움츠렸다. 나무에 매달린 매듭 위로 방울이 딸랑딸랑 울렸다. 그러더니 붉은 비단이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그들의 발에 떨어졌